올림픽이 열리는 예술의 도시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CITY NOW
  • 2024-03-05

올림픽이 열리는 예술의 도시

100년 만에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 올림픽 관련 전시 소식도 풍성하다.

‘제33회 파리 올림픽’을 1년 앞두고 센강에서 열린 행사. ©Paris 2024 All rights reserved.
Peter Knapp, Swimming Costumes, 1971.


올여름 세계의 눈과 귀가 프랑스 파리로 쏠린다.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리는 ‘제33회 파리 올림픽’. 1924 파리 올림픽 이후 정확히 100년 만에 같은 도시에서 다시 열리는 하계올림픽으로 32개 종목, 329개 경기에 1만500명이 참가하는 블록버스터 행사다. 자타 공인 예술, 패션, 미식의 도시 파리가 스포츠의 열기로 들썩일 여름을 맞이하는 자세는 벌써 남다르다. ‘파리 올림픽’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개방성과 포용을 강조한다. 이를 방증하듯 하계올림픽과 패럴림픽(Paralympics) 역사상 최초로 스타디움을 벗어나 야외 개막식을 예고했다. 올림픽 개막식은 센강 일대에서, 8월 28일 패럴림픽 개막식은 콩코르드 광장에서 개선문으로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뿐 아니라 대회 기간 내내 프랑스 수도 파리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경기장으로 깜짝 변신한다. 비치발리볼 경기가 에펠탑에서, 양궁 경기가 앵발리드 군사박물관에서, 승마 경기가 베르사유 궁을 무대로 펼쳐지는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다.
하지만 파리라는 도시 특유의 매력을 배가하는 것은 역시나 예술 아닐까. 올림픽 기간에 맞춰 ‘예술과 스포츠’를 주제로 열리는 특별 전시 라인업이 화제다. 우선, 루브르 박물관은 4월 24일부터 9월 16일까지 기획전 〈올림픽, 고대의 유산이자 근대의 발명(L’Olympisme, une Invention Moderne, un Héritage Antique)〉을 준비했다. 프랑스 파리 출신으로 근대 올림픽의 발전과 부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을 비롯해 1896년과 1906년 올림픽 공식 아티스트로 임명되어 우승 트로피와 우표, 포스터 등을 제작한 에밀 질리에롱 시니어(Émile Gilliéron Père) 등의 공적을 환기한다. 19세기 말 최초의 올림픽 창설과 그 기원의 상징성을 살펴보고, 정치적 맥락과 고대 그리스의 경기를 재창조한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돕겠다는 설명이다. 새해가 밝자마자 들려온 루브르의 입장료 인상 소식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길게 늘어선 인파를 각오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움직이는 패션〉전을 개최하는 팔레 갈리에라. ©Palais Galliera / Paris Musées.
아래 〈움직이는 패션〉 전시 전경. ©Palais Galliera / Paris Musées / Gautier De blonde.

스포츠 경기만큼 스포츠웨어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손짓하는 전시도 눈길을 끈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계 못지않게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준 곳은 패션과 장식미술을 다루는 박물관. 작년 6월 16일 팔레 갈리에라(Palais Galliera)에서 개막한 〈움직이는 패션(La Mode en Mouvement)〉전은 컬렉션 보존을 위해 세 차례로 나눠 진행하며, 마지막 전시는 2025년 9월 7일까지 이어진다. 200여 점의 컬렉션을 중심으로 18세기부터 현재까지 스포츠웨어의 역사를 그려 보이는데, 애초에 신체 활동을 목적으로 디자인한 의상이 대중화를 거쳐 결과적으로 사회가 신체를 대하는 태도까지 바꿔버린 유구한 역사의 궤적을 톺아본다. 스포츠웨어를 일상복과 비교하며 신체와 신체 이미지, 움직임의 제약과 자유의 관계, 나아가 정신의 해방과 미의 기준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 바를 강조한다. 3월 15일까지 관람 가능한 ‘에피소드 #1’에 이어 4월 20일에 시작하는 ‘에피소드 #2’도 신체, 패션, 움직임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며 수영복, 승마복, 골프복, 점프슈트, 스니커즈, 액세서리 등의 사례를 통해 3세기에 걸친 스포츠와 패션의 접점을 찾는다.
한편, 파리 장식미술박물관에서 4월 7일까지 열리는 〈패션과 스포츠: 한 무대에서 다른 무대로(Mode et Sport: d’un Podium à l’Autre)〉전은 스포츠웨어의 진화와 현대 패션 전반에 미친 영향력을 돌아보기 위해 450여 벌의 의상뿐 아니라 사진, 포스터, 회화, 비디오 등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잔느 랑방, 가브리엘 샤넬, 엘사 스키아파렐리와 발렌시아가, 오프화이트의 버질 아블로에 이르기까지 패션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디자이너의 작업을 통해 일상복은 물론 오트 쿠튀르까지 점령한 스포츠웨어의 면면을 주제별로 짚어주는 전시다.





오른쪽 Nike & Koché, Goddess of Victory, Copy of the Victory de Samothrace Wearing a Koché Dress, Made for the Women’s World Cup France, 2019, Recycled Polyester. ©Elaine Constantine.
왼쪽 Jean de Paléologue(Known as Pal), International Fencing Competitions, Color Lithograph, about 1900. ©Les Arts Décoratifs / Christophe Dellière.

올림픽경기 종목에서 힌트를 얻은 전시를 찾아보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파리 9구에 위치한 낭만주의 시립박물관(Musée de la Vie Romantique)에서는 ‘메두사호의 뗏목(Le Radeau de la Méduse)’(1819)으로 유명한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Théodore Géricault)를 내세운다. 5월 15일부터 ‘제리코의 말(Les Chevaux de Géricault)’이라는 주제로 약 100점의 회화를 전시하는 것. 프랑스 낭만주의 화풍의 선구자 제리코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과 기마에 열정을 보였는데, 결국 잇따른 낙마 사고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개별 올림픽 종목을 주제로 삼은 전시도 이채롭다. 레노베이션을 거쳐 작년 3월 재개관한 부르델 박물관(Musée Bourdelle)은 전투 장면을 표현한 다양한 드로잉과 구아슈 작품을 모아 ‘양궁’에, 빅토르 위고의 집(Maison de Victor Hugo)은 〈빅토르 위고의 검술(Victor Hugo s’Escrime)〉전으로 ‘펜싱’에 주목한다. 이처럼 파리 미술계는 각 기관의 개성을 드러내는 특별 기획전에 전력을 기울이며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2024년 여름, 베니스 비엔날레, 스위스 아트 바젤 등 유럽 아트 신을 가로지르는 루트에서 파리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이가진(미술 저널리스트)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