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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TY NOW
  • 2023-06-30

뮤지엄 마일을 따라

뉴욕 뮤지엄 마일로 떠나야하는 이유

 City Now   In New york



뮤지엄 마일에 자리한 또 하나의 명소 유대인 박물관.

한때 ‘뉴욕병’ 중증 환자였던 에디터는 팬데믹 기간에 이 병을 더욱 깊이 앓았다. 현대미술의 중심지 뉴욕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와 프로젝트를 보기 위해 비행기에 오르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꿈에서나마 5번가를 따라 이어진 뮤지엄 마일을 하염없이 걷곤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유대인 박물관, 쿠퍼-휴잇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박물관, 노이에 갤러리 등 걸출한 이름을 연달아 만날 수 있는 뮤지엄 마일. 이처럼 세계 주요 도시엔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기관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거리가 있는데, 런던 엑시비션 로드(Exhibition Road), 베이징 798 예술구, 상하이 모간산 예술구, 홍콩 서주룽 문화지구 등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볼거리가 많은 동네가 바로 뉴욕의 뮤지엄 마일이다.
이제는 다시 자유로이 뉴욕에 갈 수 있는 포스트팬데믹 시대가 열렸으니 뮤지엄 마일을 더욱 쉽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앉은자리에서 눈을 감은 채 심호흡을 하고 뮤지엄 마일을 떠올려보면 나는 어느새 센트럴파크의 시작 지점에 서 있다. 5번가의 심각한 교통 체증을 피하고 싶다면 무조건 걷는 것이 좋다. 물론 공원보다 조금 더 아래쪽에 있는 뉴욕 현대미술관부터 보고 메리언 굿맨 갤러리까지 들렀다 오면 좋겠지만, 그랬다가는 몇 블록 가지도 못하고 금세 체력이 소진할지 모른다. 전시 투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다. 이번에는 오롯이 뮤지엄 마일에만 집중하자.
휘트니 미국 미술관이 미트패킹으로 이전하기 전 어퍼이스트에 있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그 건축물 그대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분점 더 멧 브로이어(The Met Breu er)가 이어받았다가, 이제는 프릭 매디슨(Frick Madison)에 그 자리를 내줬다. 이스트 75번가와 매디슨 애비뉴가 만나는 이 지점에 현재 대대적 레노베이션이 한창인 프릭 컬렉션을 대신해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매디슨 지점이 둥지를 튼 것이다. 7월 9일까지는 장식적 오브제와 보물 등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리고, 6월 1일 스위스 예술가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가 파스텔로 그린 ‘장소 특정적’ 벽화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올해 '루프 가든 커미션'의 주인공 로런 홀지의 작품. Courtesy of the Artist,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and David Kordansky Gallery, Photo by Hyla Skopitz © Lauren Halsey





세계적 미술관과 박물관이 대거 자리한 뮤지엄 마일.

뉴욕에만 3개 지점을 낸 세계적 갤러리 가고시안도 근처에 있다. 몇 년간 전시 스케줄을 미리 계획하는 대형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달리 상업 갤러리는 주로 직전에 전시를 공개하는 만큼 방문 전 홈페이지에서 매디슨 애비뉴 지점 정보를 찾아볼 것. 그리고 센트럴파크 쪽으로 한 블록 건너가면 이제 본격적으로 뮤지엄 마일이 시작한다. 여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루프 가든 커미션(Roof Garden Commission)’부터 봐야 한다. 메트로폴리탄의 방대한 컬렉션에 시선을 빼앗기더라도 유혹을 물리치고 곧장 옥상으로 올라가자. 이곳의 공식 명칭은 더 아이리스 앤 B. 제럴드 캔터 루프 가든(The Iris and B. Gerald Cantor Roof Garden). 맨해튼 시내를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는 루프톱에서 4월 18일부터 10월 22일까지 미국인 예술가 로런 홀지(Lauren Halsey)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로런 홀지는 자신의 고향이자 현재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커뮤니티의 집단적 에너지와 상상력이 깃든 건축 구조물을 만들었다. 웬만한 전시 공간보다 훨씬 큰 규모를 자랑하는 루프톱에 고대 이집트의 석상과 신전을 닮은 거대한 작품이 들어섰다. 작가는 고대 이집트 상징주의, 1960년대 유토피아 건축, 현대건축 등 다양한 레퍼런스를 연결해 이 작품을 설계했다. 최근 <더 뉴요커>에서 ‘떠오르는 스타(rising star)’라는 찬사를 보낸 그 작품이다.
곧이어 마주할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선 에디터가 손꼽아 전시 소식을 기다리는 작가 중 한 명인 게고(Gego)의 [Measuring Beauty]전과 세라 제(Sarah Sze)의 [Timelapse]전이 9월 10일까지 관람객을 기다린다. 특히 건축공학을 공부한 게고의 리서치가 드러나는 다양한 작품이 구겐하임의 특징적 공간인 로툰다에 가득 차 있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나치의 박해를 피해 베네수엘라로 이주, 꾸준히 작품 활동에 전념한 게고는 당시 기하학 추상을 주목한 베네수엘라 작가 중에서도 건축공학을 바탕으로 한 독자적 방식을 구축했다. ‘종이 없는 드로잉, 공간 드로잉’으로 불리는 ‘Drawing without Paper’ 시리즈 등 완벽한 컴포지션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이 로툰다를 개성 있게 채운다. 2차원과 3차원을 오가는 가느다란 선형 구조물로 주변 공기의 흐름까지 작품의 요소로 끌어올 뿐 아니라 보는 사람의 움직임과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게고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조금만 더 걸으면 유대인 박물관이 나온다. 여기서는 굵직한 소장품을 소개하는 상설전과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8월 13일까지는 이라크에서 인도, 중국, 영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4대에 걸쳐 사순 가족(Sassoons Family) 구성원들이 수집한 작품을 모아 유대인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전시 [The Sassoons]를, 10월 1일까지는 바넷 앤 애널리 뉴먼 재단(The Barnett and Annalee Newman Foundation) 컬렉션의 현대미술 작품을 모은 [After “The Wild”]전을 선보인다.
이어서 만날 수 있는 쿠퍼-휴잇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박물관은 전시와 프로그램도 훌륭하지만 건물 앞 탁 트인 정원이 일품이다. 5월 13일부터 ‘상징’의 언어를 보여주는 [Give Me a Sign]전이 내년까지 길게 열린다. 정원과 더불어 박물관의 자랑이자 온 벽면을 장식적 효과로 가득 채워 관람자에게 색다른 몰입적 경험을 제공하는 ‘이머전 룸(Imersion Room)’에도 들러보자. 그 근처 노이에 갤러리에서는 1890년부터 1940년까지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작업한 사진, 그림, 조각, 장식미술을 포함한 다양한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뮤지엄 마일을 따라 걷는 상상을 해봤다. 일부러 찾아가기 어려운 의미 있는 전시 공간이 줄지어 눈앞에 나타나니 얼마나 좋은가. 아직 여름휴가지를 정하지 못했다면 뉴욕을 추천한다. 뮤지엄 마일 외에도 메가 갤러리가 대거 모여 있는 소호 지역을 찾아가거나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뉴 뮤지엄 등 주요 예술 기관을 하루에 한 곳만 가봐도 그동안 꾹꾹 눌러온 예술을 향한 목마름을 단숨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게고의 ‘Trunk No. 5’ (1976), 개인 소장. Courtesy of the Museum of Fine Arts, Houston Photo by Thomas R. DuBrock © Fundación Gego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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