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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7

빛으로 화려하게 물드는 도시

호주 최대 규모의 축제로 손꼽히는 ‘비비드 시드니’가 우리 곁에 찾아온다.

Julia Gutman, Lighting of the Sails: Echo, 2024, at Sydney Opera House. Courtesy of the Artist, Vivid Sydney.

매년 5월부터 6월에 걸쳐 밤낮으로 시드니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비비드 시드니(Vivid Sydney)’는 세계 각지의 예술가, 음악가, 전문가들이 협력해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환상적 세계를 펼쳐 보인다. 축제의 대대적 성공 이후 ‘화이트 나이트 멜버른(White Night Melbourne)’과 ‘인라이튼 캔버라(Enlighten Canberra)’도 생겼지만, 역사나 규모 면에서 비비드 시드니가 압도적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2009년 조명 디자이너 메리 앤 키리아쿠(Mary Anne Kyriakou)가 기획한 비비드 시드니는 에너지 효율을 위한 ‘스마트 라이트 페스티벌(Smart Light Festival)’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조명 축제로 성장했다. 올해 14회를 맞이한 비비드 시드니는 5월 24일부터 6월 15일까지 약 3주 동안 ‘Vivid Sydney, Humanity’라는 테마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축제 기간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 작업으로 도시 곳곳을 마법의 빛이 비추고 시드니는 만화경 같은 원더랜드로 변한다. 서큘러 선착장에서 시작해 대표적 관광지인 달링 하버, 록스, 바랑가루 등 다양한 랜드마크를 거치며 마무리되는 8km의 ‘라이트 워크(Light Walk)’는 비비드 시드니의 역대 최장 라인을 자랑한다. 이번 라이트 워크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는 윈야드에서 진행하는 ‘Dark Spectrum: A New Journey’로, 각양각색 조명과 함께 사운드스케이프에 몰입할 수 있는 설치 작품이다. 1km의 산책로로 둔갑한 폐철도 터널에 각각 다른 색상과 음악을 입힌 8개의 테마 공간에서 눈부신 빛의 여정을 탐험할 수 있다. 배경음악으로 활용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과 300개의 레이저 조명, 500개의 손전등, 250개의 탐조등 등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빛의 안내를 받으며 유명 예술가들의 놀라운 설치 작품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이토록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3D 조명 프로젝션이 한 도시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수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





Vivid Sydney, ‹Dark Spectrum: A New Journey›, Radiate, 2024. Courtesy of Sony Music Entertainment.





Vivid Sydney, ‹Dark Spectrum: A New Journey›, Together, 2024. Courtesy of Sony Music Entertainment.

그러나 무엇보다도 비비드 시드니의 하이라이트는 도시의 아이콘 오페라하우스가 매년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올해는 줄리아 거트먼(Julia Gutman)이 오비디우스의 나르시스 신화를 재해석한 ‘Lighting of the Sails: Echo’로 오페라하우스를 장식한다. 거트먼의 첫 번째 애니메이션이기도 한 이 작품은 자투리 천, 담요, 기증받은 옷 등 그녀가 지금까지 각종 패브릭으로 만든 패치워크를 디지털화했다. 신화적 서사, 패브릭의 질감, 심리적 흥미를 모두 결합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거트먼의 영상은 자의식의 역설, 자아를 온전히 보는 능력의 한계, 자아와 타인의 모호한 경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해에는 타계한 호주의 추상화가 존 올슨(John Olsen)을 기리며, 그의 60여 년 예술 경력을 아우르는 활기찬 작품들이 오페라하우스에서 되살아났다. 비비드 시드니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이 장관을 보기 위해 시드니사이더(Sydneysider)는 물론 각 지역에서 온 여행자들은 오페라하우스가 가장 잘 보이는 명당을 찾아 나선다. 오페라하우스 인근 하버 뷰 호텔은 몇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찰 정도로 핫 스폿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새해맞이 불꽃놀이 시즌만큼 치열하다.





600 Highwaymen, A Thousand Ways: An Encounter, 2024, at State Library of NSW. Photo by Maria Baranova.





ETERNAL Art Space, Hika Rakuyo, 2024, at Cockle Bay. Courtesy of the Artist, Vivid Sydney.

더욱이 올해 비비드 시드니는 호주 최대 현대미술 축제인 ‘시드니 비엔날레(Biennale of Sydney)’와 맞물려 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Art Gallery of NSW), 시드니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아트스페이스(Artspace), 화이트 베이 발전소(White Bay Power Station) 등에서 ‘만 개의 태양(Ten Thousand Suns)’을 주제로 소수 인종과 문화적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00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화이트 베이 발전소는 매주 수요일 ‘Art after Dark’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밤늦도록 내부를 개방한다.
세계적 축제인 만큼 비비드 시드니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창의적 사상가들의 토론과 포럼이 연일 이어진다. 인류와 공동체에 중점을 둔 이번 축제는 여전히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시점에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룰 예정이다. 국내외 뮤지션의 음악 공연 또한 놓칠 수 없는 중요 이벤트다. 이번 축제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6만 년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국가와 공동체를 연결해온 기념비적 노래를 기리며 일명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s)’ 출신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소개하는 데 의의를 둔다. 한편 세계적 요리사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다이닝, 각종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레스토랑의 비비드 시드니 한정 메뉴, 다문화 사회답게 전 세계 스트리트 푸드가 즐비한 푸드 트럭 등 다양한 맛을 경험하는 것 또한 비비드 시드니를 체험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비비드 시드니는 밤늦도록 도시를 이곳저곳 누비며 보고, 듣고, 맛보길 원하는 야(夜)행자들을 위한 특별한 축제다. 더욱이 작품이 설치된 곳이나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대다수 공간이 시드니의 역사가 깃든 곳이라 축제의 서사를 한층 풍부하게 하고, 먼 걸음을 더욱 의미 있게 해주기 때문에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시각적 경험은 마치 동화 속이나 미래 세계에 닿아 있는 것처럼 언제나 경이로울 수밖에.

 

김남은(프리랜스 에디터)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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