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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8

'리옹 현대미술 비엔날레' 연약함의 확장

'연약함 선언'을 주제로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새로운 언어를 제시하는 비엔날레의 이모저모.

모하마드 압두니의 ‘Maya Moumne’ (2020). © Mohamad Abdouni

1991년 제1회 ‘예술에 대한 사랑’이라는 테마로 처음 문을 연 리옹 현대미술 비엔날레가 어느덧 16회째를 맞는다. 파리, 마르세유에 이어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리옹에서 격년제로 열리는 이번 비엔날레는 올해 유럽에서 열린 다양한 행사의 바통을 이어받아 유럽의 겨울 아트 신을 책임진다. 비엔날레가 열리는 동안 리옹 전체가 예술로 물든다. 리옹 현대미술관과 리옹 노동자의 역사를 상징하는 공간인 파고르(Fagor) 옛 공장을 포함한 도시 전역이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 아름다운 동상, 장미 정원과 식물원이 있는 테트 도르 공원과 예전에는 레스토랑으로 사용한 파빌리온 두 파르크, 리옹 시내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푸르비에르 노트르담 성당 등 종류도, 목적도 장소가 지닌 건축적 맥락에 맞는 작품이 두루 설치된다.
뮌헨과 뉴욕에 기반을 둔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터 플랫폼 ‘아트 리오리엔티드(Art Reoriented)’ 창립자 샘 바더윌(Sam Bardaouil)과 틸 펠라스(Till Fellrath)가 기획을 맡은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연약함 선언(Manifesto of Fragility)’이다. 전 세계에서 모인 220명의 아티스트는 연약함이 피해야 하는 약함의 상징이 아니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굳건한 목소리가 지지하는 집단 성명으로 인식한다. 과거를 대담하게 받아들이고 현재에 반응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연약함을 저항의 중심에 두고자 한다.
리옹 현대미술 비엔날레는 복잡하게 얽힌 리옹의 역사에 착안해 이번 주제를 정했다. 리옹의 옛 이름은 루그두눔으로, 과거 로마제국 영토 갈리아 지방의 한 도시였다. 리옹은 영화의 선구자 뤼미에르 형제가 살던 곳이자 리옹 실크 방직공 혁명에 가담한 인물 루이즈 브뤼네(Louise Brunet)가 머물던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번 비엔날레는 리옹의 역사를 모티브로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연약함을 탐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실재와 허구가 뒤섞인 인물이면서 동시에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주체로 루이즈 브뤼네를 설정해 전시를 꾸려간다.





위쪽 올해 리옹 현대미술 비엔날레의 큐레이터를 맡은 샘 바더윌과 틸 펠라스. © Blandine Soulage
아래쪽 ‘베이루트와 1960년대 황금시대’ 섹션 설치 전경. © Luca Girardini

전시는 3개의 섹션 ‘루이즈 브뤼네의 삶과 죽음’, ‘베이루트와 1960년대 황금시대’, ‘끝없는 약속의 세계’로 구성된다. 루이즈 브뤼네는 다양한 신체·성별·연령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존재로, 신체는 다양한 경험과 존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강조된다. ‘루이즈 브뤼네의 삶과 죽음’ 섹션에서 아티스트들은 인종화·젠더화·식민지화한 신체와 다양한 표현을 통해 정치·경제 및 생태학적 문제의 범위를 다룬다. 베이루트에서 중동 퀴어 문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하는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 모하마드 압두니(Mohamad Abdouni)는 초상화 등 작품에서 회복력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니나 베이에르(Nina Beier)는 물질세계의 깊이를 탐구하며 우리가 생산, 사용하고 버리는 대상에 내포한 내러티브를 표현한다. 버려진 신문지, 폐종이 등에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그려 예술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시도를 하는 말라가 출신 아티스트 훌리오 아나야 카반딩(Julio Anaya Cabanding)뿐 아니라 해나 레비(Hannah Levy) 등도 만날 수 있다.
리옹에서 출발한 전시의 내러티브는 루이즈 브뤼네의 흔적을 따라 이어진다. 이 여성이 1838년경 도착한 도시이자 레바논공화국 수도인 베이루트로 범위를 넓혀 연약함의 경험을 탐구한다. 두 번째 섹션 ‘베이루트와 1960년대 황금시대’에서 1960년대 황금시대는 베이루트의 모더니즘이 발전한 때로, 1958년 레바논 위기와 1975년 레바논 내전이 발발한 중간 시기다. 혁명과 전쟁, 예술의 발전이 뒤섞인 예술적·정치적 격동기이기도 하다. 이 섹션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투쟁이 얽혀 있음을 강조하면서 여전히 진행 중인 위기의 관점에서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을 보여준다. 레바논의 존경받는 시인이자 화가인 에텔 아드난(Etel Adnan)과 요르단 조각가 모나 사우디(Mona Saudi)를 포함한 다양한 예술가의 작업을 통해 기록 보관 문서와 사진을 재료로 베이루트 역사에서 이 중추적 시기를 포착한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영화감독이자 순수예술가인 요아나 하지토마스(Joana Hadjithomas)와 할릴리 요레이지(Khalil Joreige)가 설치 작품을 제작해 예술의 폭력성을 변형하고 혼돈에 반대하는 시의 힘을 향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마지막 섹션은 ‘끝없는 약속의 세계’라는 타이틀 아래 베이루트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한다. 연약함의 다양한 면을 구현한 방대한 작품을 통해 연약함과 저항성이 지닌 복잡한 면모를 고찰한다. 연약함을 버려야할 대상이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힘이자 저항의 형태로서 바라보는 이번 비엔날레를 관람하면서 시공간을 넘어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예술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기를 바란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사진 제공 리옹 현대미술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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