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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5

DMZ에서 평화를 외친다

DMZ를 향해 외치는 예술 공동체의 목소리를 전시 [2021 DMZ Art & Peace Platform]에 담았다.

위쪽 홍순명의 ‘LOST’. ⓒ 김산
아래쪽 스튜디오 아더 스페이시즈의 ‘물방울 퍼빌리온’. ⓒ 김산

한한국의 비무장지대(DMZ)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휴전협정 당시 휴전선에서 남북으로 각각 2km씩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합의한 지역을 가리킨다. 군사 활동이 엄연히 금지되지만, 적과 가장 가까운 곳이기에 언제나 긴장감이 감돈다. 민간인의 출입과 활동이 극도로 제한되며, 전쟁의 상흔이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다. 과거 이곳을 방문한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the scariest place on earth)’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그런데 지금 DMZ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바로 [2021 DMZ Art & Peace Platform]. DMZ에서 평화 지대 및 생태 지대를 구축하고, 과거의 아픈 기억을 추모하기 위해 예술이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 공동체를 모색하는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계획했다. 전시는 총 5개 공간을 활용한다.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내에 있는 Uni마루를 비롯해 도라산역, 파주 철거 GP, 강원도 고성군의 제진역, 서울 국립통일교육원. 국내외 작가 32명이 각자의 시각과 방식으로 DMZ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펼쳐낸다.
주 전시장이라 할 수 있는 Uni마루는 과거 개성공단 조성 당시 남북 간 원활한 교류를 위해 출입 사무를 수행하던 출경동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통일부의 DMZ 내 첫 예술 공간인 이곳은 판문점평양공동선언 3주년을 맞아 그간의 남북 협력 역사를 살피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채웠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중앙에 놓인 백남준의 ‘코끼리 수레’(2001). 백남준의 후기 작품에는 유라시아·실크로드와 연관된 주제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TV와 라디오, 축음기가 잔뜩 실린 마차를 끄는 코끼리의 모습은 DMZ에 디지털통신과 정보의 흐름이 새로운 실크로드를 형성하며 유라시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상징한다. 이성미의 설치 조각 ‘Invisible and Visible’(2021)은 DMZ에 감도는 긴장감과 군사 위협 그리고 자연스레 형성된 생태 지역의 이중성을 사유한다. 작품의 색조는 평화의 색인 블루와 화합, 조화의 색인 화이트의 그러데이션으로 남북의 평화와 조화를 상징한다. 다만 조각의 축은 좌우대칭을 이루는 형식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평행선을 달려온 상황을 암시하는 듯하다. 홍순명의 회화 ‘LOST’(2021)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는 작업실 근처의 파주 DMZ 부근 북한군 묘지에 관심을 가졌다. 북한이 눈앞에 보이는 이곳에는 휴전협정 이후 내려온 무장공비의 주검이 묻혀 있는데, 존재를 부정당하며 오랜 시간 방치되었다. 작품 속 가상 인물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노란 가시밭 수풀과 묘비 속에서 멀리 바라보는 뒷모습으로 서 있다. 그의 시선은 아마도 북녘의 고향에 닿아 있을 것이다.
DMZ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 작가의 작품도 흥미롭다. 마레티차 포트르치(Marjetica Potrc)는 10점의 드로잉 연작 ‘DMZ 흙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2021)에서 자연과 인류의 관계를 소유자에게 자연의 권리에 대한 보호자로 변화시키는 내용을 다뤘다. 인적이 끊기자 풍요로운 DMZ의 생태 환경이 동시대인으로 하여금 자연의 중요성을 재고하게 한다는 것. 한편,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iasson)과 제바스티안 베만(Sebastian Behmann)이 팀을 이룬 스튜디오 아더 스페이시즈(Studio Other Spaces)의 ‘물방울 퍼빌리온’(2019)은 최재은 작가가 DMZ 생태계 보전 및 평화 증진을 목적으로 시작한 ‘대지의 꿈’ 프로젝트 일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대나무로 만든 고리 모양 프레임 안에 섬유망을 매달아 안개에서 모인 수분이 개울로 흘러갈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현재 전시장 내 작은 작품으로 존재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본래 작가가 의도한 대로 DMZ 한가운데 거대한 사이즈로 설치될 평화의 날을 기다리게 한다. 이 외에도 많은 작품이 미술 애호가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도라산역에 무인 지대처럼 유지되는 컨테이너 공터 바닥에는 라텍스 페인트로 ‘이곳저곳’이란 단어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데, 슬기와 민의 신작으로 ‘이곳도 아니고 저곳도 아닌 곳’을 ‘이곳이자 저곳’으로 바꿔 부르는 연습으로 읽힌다. 파주 철거 GP에 설치한 ‘비대칭 렌즈 위의 DMZ 철새 – 키욧 키욧 주형기舟形器(흰배지빠귀)’(2021)는 양혜규가 2018년 도보다리에서 치러진 남북 정상 회담의 정적을 깬 새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DMZ를 인류세 시대에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상징화했다. 김신욱이 Uni마루와 제진역 두 곳에서 선보인 사진 작업은 식민과 전쟁, 분단을 거치며 경험한 한국 근현대사의 단절과 절단에 주목한다.
파주에서 고성으로 이어지는 [2021 DMZ Art & Peace Platform] 모든 공간을 방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공식 웹사이트(dmzplatform.com)에 마련된 VR 투어의 존재가 한층 귀중하게 느껴진다. 실제 전시장을 방문한 듯 생생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온라인을 통해 경계와 국경을 넘어 세계로 확산하는 이번 전시는 2021년 오늘날 DMZ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11월 15일까지.





위쪽 Uni마루 전시장 풍경. 왼쪽에 이성미의 ‘Invisible and Visible’, 중앙에 백남준의 ‘코끼리 수레’가 자리한다.
아래 왼쪽 양혜규의 ‘비대칭 렌즈 위의 DMZ 철새 – 키욧 키욧 주형기舟形器(흰배지빠귀)’. ⓒ 김신욱
아래 오른쪽 [2021 DMZ Art & Peace Platform]전 예술총감독 정연심 인터뷰

[2021 DMZ Art & Peace Platform]전 예술총감독 정연심 인터뷰

DMZ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읽을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전시를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통일부 남북출입사무소와 전시를 열기로 한 후 1년 정도 준비했습니다. DMZ에 담긴 키워드인 경계와 평화, 생태를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로 리스트를 꾸렸죠. 전시에 선보인 작품은 대부분 신작이에요. DMZ는 본래 특별한 허가 없이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하지만, DMZ를 안에서 바라볼 때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의 깊이가 다르기에 작가들이 이곳에 들어와 충분히 조사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거대한 개념을 두루뭉술하게 풀어내기보다는 일상성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습니다. 맞아요. 거대한 역사에 가려진 개인의 이야기가 담긴 작업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임흥순 작가의 ‘고야(古夜)’(2021)는 남과 북 접경 지역인 장단면에 거주하는 주민의 이야기와 꿈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 통일촌 시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단면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분단의 역사를 재구성했죠. 이렇듯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를 보고 느끼게 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VR 투어도 인상적이에요. 코로나19 사태로 온·오프라인 전시를 병행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작품 사진만 띄울 수도 있겠지만, 전시 공간을 모두 방문하는 건 힘든 일이기에 VR 투어를 준비했어요. VR 투어를 활용해 미처 방문하지 못한 전시장을 살펴보면 전시 맥락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분증을 맡기고 DMZ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전시가 시작된다고 느껴지더라고요. 특수한 공간에서의 특별한 경험이었기에 감독님도 이번 전시를 계획하며 많은 것을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2021 DMZ Art & Peace Platform]전이 끝나도 Uni마루는 계속 예술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에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사람들이 DMZ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행사가 자주 열리길 바랍니다. DMZ 같은 엄격한 공간을 방문하고 경험할 기회가 많아지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찾던 평화가 아닐까요.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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