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TURNS YOU ON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LIFESTYLE
  • 2024-06-06

IT TURNS YOU ON

마세라티의 전동화 의지, 폴고레.

왼쪽부터 그레칼레 폴고레,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그란카브리오 폴고레.

오랜 비행 끝에 도착한 모데나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일요일이긴 해도 페라리, 람보르기니 그리고 마세라티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모터 밸리(Motor Valley)의 일부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말이다. MC20을 생산하는 마세라티 본사를 둘러볼 때도 뚝딱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가이드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주말에는 공장을 가동하지 않아요. 이탤리언이니까.(웃음)”
슈퍼카가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브랜드의 유구한 역사는 살필 수 있었다. 1914년 알피에리 마세라티(Alfieri Maserati)가 설립한 볼로냐의 자동차 공방은 1926년 최초의 자체 모델 티포 26(Tipo 26)을 선보였고, 1930년대 유수의 레이싱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이름을 알렸다. 이를 눈여겨본 모데나 출신 기업가 아돌포 오르시(Adolfo Orsi)가 1930년대 말 브랜드를 인수해 레이싱 DNA를 간직한 럭셔리카 브랜드로 변모시켰다. 시트로엥, 데 토마조, 스텔란티스 등 회사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에도 ‘고성능’과 ‘럭셔리’, 이 두 가지 가치는 굳건히 지켜냈다. 그런 마세라티는 다른 브랜드가 그렇듯 ‘전동화’라는 시대적 요구 앞에 서 있다. 과연 마세라티는 미래에도 현재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다음 날 해변 휴양지 리미니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폴고레 데이(Folgore Day)를 통해 대답을 들었다.
이탈리아어로 ‘번개’를 뜻하는 폴고레는 마세라티의 전동화 라인업이다. 전기차 전용 모델을 따로 두기보다는 우아한 매력의 중형 SUV 그레칼레(Grecale), 이름이 곧 장르인 GT카 그란투리스모(GranTurismo), 그란투리스모의 오픈 톱 모델 그란카브리오(GranCabrio)에 폴고레 엠블럼을 얹는 방식을 택했다. 이 중 그란카브리오 폴고레는 이번 행사에서 처음 공개됐다. MC20 폴고레는 2025년 첫선을 보일 예정이지만, 판매 볼륨을 담당하는 세 모델은 모두 전기차로 즐길 수 있다. 마세라티는 2028년까지 전 라인업을 전동화할 계획이다.
관건은 전기로 움직이는 마세라티가 우리가 아는 그 마세라티일지, 아닐지에 관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전한 마세라티다. 행사에서는 폴고레 세 모델을 면밀히 살필 수 있었다. 외적으로 기존 모델과 드라마틱한 차이는 없다. 패턴이 다르긴 하나, 전기차임을 뽐내기 위해 그릴을 막지 않은 것부터 그렇다. “전기차에서 중요성이 덜해도 그릴로 유입한 공기는 내부 냉각에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마세라티의 멋진 얼굴을 포기할 수는 없죠.(웃음) 새로운 시대에도 오랜 세월 쌓아온 헤리티지를 계승하고자 합니다. ‘전통은 재를 숭배하는 것이 아닌 불을 보존하는 것’이라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말을 기억하면서요.”
디자인 헤드 클라우스 부세(Klaus Busse)의 멋진 인용에 고개를 끄덕이며 은은한 구릿빛으로 엠블럼을 칠한 이유를 물었다. 보통 전기를 떠올리면 푸른빛이 연상되니 말이다. “뻔하지 않은 컬러죠? 구릿빛으로 전기 배선을 은유했습니다. 내연기관 엔진에서 전기모터로 나아가는 길을 상징하고요.” 도어 트림, 스티치 장식 등 실내 곳곳에서 구릿빛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트도 인상적이었다. 바다에서 건져낸 그물로 만든 에코닐(econyl)을 활용한 것. 재활용 소재와 하이 퀄리티는 양립하기 어려운데, 실크처럼 부드러운 촉감과 레이저로 새긴 독특한 패턴은 고객이 마세라티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란카브리오 폴고레 내부. 마세라티의 최신 디자인 언어 속 에코닐 소재와 레이저로 패턴을 꾸민 시트가 눈길을 끈다.
폴고레 데이에서는 마세라티의 개인화 프로그램인 푸오리세리에를 비중 있게 다뤘다.
그란투리스모 폴고레, 그란카브리오 폴고레에는 배터리가 T자 형태로 탑재된다.


물론 사람들은 마세라티에 더 많은 것을 바란다. 이를테면 사운드. 중후하면서 울림이 풍부한 엔진음과 배기음은 마세라티의 독보적 매력 포인트다. 마세라티도 좋은 사운드를 위해 작곡가를 자문 위원으로 초빙했을 정도로 이 방면에 진심이다. 폴고레를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 “사운드는 운전자와 자동차를 잇는 연결 고리로, 자동차가 하는 일과 정확히 일치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버터에 흐르는 전류에 대응하는 사운드를 개발했죠. 듣기 싫은 전기차의 고주파 사운드 대신 마세라티 8기통 엔진에서 추출한 아름다운 사운드를 합성했고요. 이를 이탈리아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소너스 파베르(Sonus Faber)의 사운드 시스템으로 연주합니다.”
엔지니어링 헤드 다비데 다네신(Davide Danesin)은 주행 성능에서도 타협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시트 아래 배터리를 두는 방식으로는 그란투리스모, 그란카브리오 특유의 낮은 전고를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차량 중심부를 두껍게 관통하는 T자 형태로 배터리를 배치해 문제를 해결했죠. 이로써 관성 저항력이 낮아져 한층 민첩하게 거동할 수 있고요.” 그란투리스모 폴고레와 그란카브리오 폴고레에 장착된 800V 배터리는 300kW의 강력한 전기모터 3개(후방 2개, 전방 1개)에 전력을 공급한다. 최대토크는 1350Nm,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초 미만. 여기에 마세라티가 직접 개발한 마스터 컨트롤러인 차량 자세 제어 모듈(VDCM)이 차량의 동역학 시스템을 완벽하게 제어한다. 어떤 조건에서도 최대 성능, 최상의 재미를 뽑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행사에서 폴고레만큼 강조한 단어는 ‘푸오리세리에(fuori serie)’였다. 브랜드의 개인화 프로그램으로, 별도의 시간과 공간을 할애해 설명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그만큼 중요하거든요. 럭셔리란 뭔가를 고를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마세라티가 제공하는 여러 가능성을 통해 고객은 맞춤형 슈트 같은 차량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다비데 클루체르(Davide Kluzer)의 말처럼 푸오리세리에는 시선이 닿고 손이 가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다채로운 형태, 컬러, 소재 옵션을 제공한다. 자본과 시간이 충분하다면 차량을 캔버스 삼아 자신만의 작품을 창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추상미술의 영감을 받아 내·외부를 장식한 MC20 첼로의 경우 제작하는 데 2년가량 소요됐다고. 푸오리세리에는 올여름 마세라티 코리아의 출범과 함께 국내에서도 강조될 예정이다.
이날 마세라티는 새로운 폴고레 캠페인 영상을 발표했다. 영상에서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탈리아 록 밴드 마네스킨(Maneskin)의 보컬리스트 다미아노 다비드(Damiano David)가 폴고레 세 모델과 함께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다. 그 와중에도 여유로운 목소리로 읊조리는 대사는 다음과 같다. “이탤리언은 어디에서나 주목받아요. 우리의 시각, 움직임, 살아가는 방식 때문이겠죠. 우리는 대화를 주도하고 사람들을 웃게 하며, 무드를 바꿉니다. 마세라티 폴고레, 당신을 달아오르게 합니다(It turns you on).” 110년간 세련됨, 열정, 장인정신 등 이탈리아의 에센스를 대변해왔기에 내비칠 수 있는 자신감이다. 그 본질을 잊지 않고 전동화 시대로 나아가는 것, 마세라티가 앞으로도 근사할 이유다.







새로운 폴고레 캠페인 영상의 주인공 다미아노 다비드.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마세라티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