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디다 회퍼, Image Beyond Sight - 노블레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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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9

칸디다 회퍼, Image Beyond Sight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는 5월 국제갤러리 전시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발견한 회복과 치유를 조명한다.

©Darla Nam,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칸디다 회퍼
1944년 독일 에베르스발데에서 태어났으며, 1972년부터 1983년까지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올레 욘(Ole John)에게 영화를, 베른트 & 힐라 베허(Bernd & Hilla Becher) 부부에게 사진을 배웠다. 스위스 쿤스트할레 바젤과 쿤스트할레 베른,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 미술관, 멕시코 푸에블라의 암파로 박물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녀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브레겐츠 현대미술관,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2002년 제11회 카셀 도쿠멘타에 참여했고, 2003년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르틴 키펜베르거(Martin Kippenberger)와 공동으로 독일관을 대표했다.





La Salle Labrouste - La Bibliothèque de l’INHA Paris II, C-print, 180x208.7cm, 2017.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Trinity College Library Dublin I, 2004. Courtesy of the Artist, 이미지 제공: Macao Museum of Art.

칸디다 회퍼의 사진 작품 앞에 서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는 우리를 숭고한 상상에 이르게 하는 작업에 등장하는 공간을 직접 선택하기도 하지만, 의뢰를 받아 촬영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녀가 촬영 장소를 선택하는 철학을 간단하게 설명하긴 어렵다. 장소의 역사성에 이끌려 오래전부터 궁금해한 곳이나, 평소 존경하는 건축가가 설계한 공간을 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양한 특성의 만남’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과 시간은 포착할 수 있다. 그것이 사진의 능력이다. 하지만 촬영 전에 그 공간을 체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작가로서 촬영 전에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대체로 무의식이 작용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때때로 사전 리서치를 하거나 공간의 스냅샷을 받을 수도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내가 공간에 홀로 있을 때 만나게 되죠. 마치 그동안 얘기로만 들었거나 사진으로만 봐온 사람을 드디어 실제로 만나는 순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게는 그렇게 공간과 ‘대면’하는 순간이 중요합니다.
최근 촬영을 위해 찾은 곳 중 특히 인상 깊은 공간은 어디였나요?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최근에 작업한 공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레노베이션을 진행한 베를린 국립미술관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세심한 레노베이션의 결과에 깊은 감명을 받았죠. 전체적으로 더 가볍고 투명해진 것처럼 보였지만, 그 모든 요소를 관통하는 일종의 부드러움이 공간에 존재합니다.
197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가 작품에 등장합니다. 그런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시대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의 흐름은 촬영 대상인 공간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은 건축 당시 시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흔적을 함께 담고 있지요. 그리고 사진은 그 과정의 특정한 순간을 포착할 뿐입니다.





Reggia di Portici Portici I, 2009. Courtesy of the Artist, 이미지 제공: Macao Museum of Art.





Courtesy of the Artist, 이미지 제공: Macao Museum of Art.





Rossiskaya Gosudarstvennaya Biblioteka Moskwa II, C-print, 2017.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1, 이미지 제공: Museum für Fotografie.

지난 50여 년간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사진과 현대미술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 사진은 언제나 정당한 예술의 한 형식이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는 여느 예술 형식과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변화와 반복이 존재합니다.
“사람과 함께 촬영하지 않는다”, “아시아는 잘 모르기 때문에 촬영하지 않는다”, “작품 촬영을 위한 또 다른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는다”, “실내만 촬영한다”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나름의 작업 원칙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사람’과 ‘실외’를 촬영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될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문제가 없다면 촬영하고 싶은 실외 공간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 이렇게 들으니 내가 너무 정해진 규칙에 매여 작업하는 작가 같은데(웃음) 언제나 예외는 있습니다. ‘칼레의 시민(Les Bourgeois de Calais)’ 연작은 야외에 있는 로댕의 조각을 다양하게 보여줬고, 그간의 작품을 살펴보면 사람이 함께하는 도서관 공간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이미지 안에 사람이 있어도 그 찰나의 순간을 기회로 활용해야 할 때가 있지요. 그런 ‘규칙’을 찾는 건 결국 축적된 경험입니다. 어느 순간 내가 사람을 촬영할 때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문화를 점유하는 게 조심스럽기 때문이죠. 공간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그 안의 빛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질문을 조금 더 확장하면 ‘왜 사람 없는 풍경은 찍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간 얻은 또 하나의 깨달음이 있다면, 촬영할 때는 공간적 제약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작가로서 나에게 풍경은 지나치게 광활한 대상으로 느껴집니다.
초기에는 소형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작업했지만, 이후 삼각대가 필요한 대형 카메라로 옮아갔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다시 소형 카메라로 작업한 작품을 선보였고요. 요즘은 어떤 카메라를 즐겨 사용하는지, 그리고 평소에도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촬영하는지 궁금합니다. 대형 카메라는 준비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과정이 피곤하게 느껴집니다. 때로는 즉흥적으로 작업하고 싶어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소형 카메라를 사용하죠. 소니 카메라로 촬영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할 때도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인 베른트 & 힐라 베허 부부의 제자로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토마스 슈트루트, 토마스 루프 등과 더불어 ‘베허 학파(Becher school)’로 불립니다. 독일 사진계 거장들과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같은 스승에게 배웠다고 해서 평생을 함께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 성격도 다르고, 가르침도 교조적이지 않았기에 딱히 ‘학파’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내 생각에 학파라는 건 주변의 관찰자들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분류하려는 시도에서 비롯한 것 같습니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간직해온 것은 예술 전반에 대한 개방성과 호기심이 선사하는 기쁨이죠. 우리의 여정은 때때로 서로 맞닿기도 하지만, 서로 독자적인 존재로 생각합니다.





Nueu Museum Berlin XLI, C-print, 180x213 cm, 2009. Coutesy of the Artist, 이미지 제공: Macao Museum of Art.





Böhm Chapel Köln I, 2013





Image: Kukje Gallery. Installation View of Candida Höfer (2020).

작가 칸디다 회퍼를 이야기할 때 쾰른이라는 도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랜 기간 쾰른을 배경으로 활동했고, 지금도 쇼룸과 재단, 자택이 모두 그곳에 있죠. 사진작가로서 쾰른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저 쾰른의 집이 좋아 그곳에 살고 있을 뿐입니다. 이후 나에게 적합한 작업실을 찾기 시작했고, 운 좋게도 쾰른 근처 뒤셀도르프에서 그런 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사진에는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숭고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많은 것을 상상하게 됩니다.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궁극적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메시지는 지난 세월 동안 어떤 변화를 거쳤나요? 내 작품에 ‘궁극적’ 메시지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그걸 파악한 것 같습니다. 바로 ‘관람객이 작품 앞에서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나는 주로 규모가 큰 작업을 하고, 관람객이 보다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이미지를 낮은 위치에 걸어두는 걸 선호합니다. 나머지는 관람객이 스스로 탐색하고 느끼고 생각하기에 달렸죠. 작품의 구조와 디테일, 유사점과 차이점, 지나간 시간에 대한 연상, 이 공간에서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까지도요.
현재 마카오 미술관에서 열리는 〈칸디다 회퍼: 서사적 시선(Candida Höfer: Epic Gaze)〉은 프리츠커상 수상자의 건축을 촬영한 작품이 중심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취지는 중국 관람객에게 내 작품 세계 전반, 특히 지난 20년간 제작한 작품을 폭넓게 소개하는 것입니다. 중국과 유럽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인 마카오 미술관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이상적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시작 중 일부가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물인 건 우연의 일치일 뿐, 그게 전시작을 선정한 기준은 아닙니다.
그간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현대미술 경향이나 건축 풍경에서 어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나요? 현재 계획 중인 작업이나 전시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내 시선은 다채롭고 다소 무작위적입니다. 양혜규와 정재호의 현대미술 작품, 윤형근 같은 근대미술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헬레나 파라다 김, 이태수, 노한나 등 쾰른에서 알게 된 한국 작가도 여럿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공간 중에선 좋은 기회를 만나 방문하게 된 한 컬렉터의 한옥과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어떤 작업을 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우선 2024년 3월 드레스덴 쿠퍼슈티히 카비네트(Kupferstich Kabinett)에서 열리는 전시와 9월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 전시, 그리고 일련의 갤러리 전시 등 1년 동안 예정된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이후 다시 머리를 비우고 생각이 맑아지면 그때 무엇을 할지 고민해보겠습니다.





©IKS Media Archive, Image: Museum für Fotografie. Installation View of Candida Höfer in Dialogue with the Photography Collection of the Kunstbibliothek (2022).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이소영(프리랜서)
사진 국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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