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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2

건축을 넘어서는 가치

ACPV 아키텍처를 이끄는 건축가 안토니오 치테리오와 파트리샤 비엘의 디자인 철학.

아우구스토 황제 광장 중심부에 지난 6월 오픈한 불가리 호텔 로마.

비앤비 이탈리아(B&B Italia), 막살토(Maxalto), 플렉스폼(Flexform), 에르메스 등 역사 깊은 글로벌 하이엔드 가구부터 명품 패션 브랜드에 이르까지 무수한 협업을 성공시킨 디자인 거장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 그가 건축가 파트리샤 비엘(Patricia Viel)과 의기투합해 각자 이름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ACPV 아키텍츠는 2000년부터 주거, 호텔, 복합 문화 공간, 도시에 이르는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디자인을 아우르며 독보적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아울러 안토니오와 파트리샤는 세계 역대 불가리 호텔 & 리조트를 총괄해온 주인공이다. 두 사람이 함께 완성한 공간은 예술적 감성이 넘쳐흐르면서도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주변과 상호작용한다. 늘 공간과 사람의 긴밀한 관계를 이해하고 더 나은 환경을 탄생시켜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데 주목하는 것. 다음은 디자이너 듀오와 나눈 대화다.





불가리 호텔 파리 펜트하우스 다이닝 룸.

ACPV 아키텍처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과 공간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안토니오 & 파트리샤 우리가 하는 일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장소에서의 삶과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요구와 행동에 감도 높게 반응하고, 특히 웰빙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또 작업을 진행하며 마주하는 복잡한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팀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식을 쌓거나 고객의 요구 사항을 경청하는 태도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추구하는 것은 ACPV가 탄생시킨 공간에서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거예요.
건축 사무소를 함께 이끌어가는 대표 건축가로서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파트리샤 오늘날 건축가의 역할이기도 한 것 같아요. 건축가는 건축 환경의 진화를 위한 큐레이터가 아닐까요. 건축가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길 원하는지, 그리고 각 공간이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에 기반합니다. 또 건축 현장과 맥락, 지역 문화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하죠. 사람과 환경 등 여러 요소를 명확히 이해하는 동시에 이탈리아인으로서 우리만의 감성을 살짝 불어넣습니다. 결국 일종의 대화를 구축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네요.
오랜 시간 서로 합을 맞춰온 파트너지만, 각자 관점에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파트리샤 생각하는 방식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게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해요. 당장 우리가 있는 오피스를 바라보는 관점만 해도 다른데요. 안토니오는 이곳을 사람들이 나란히 일하는 ‘작업실’로 생각하는 반면, 저는 이 스튜디오를 나름의 조직 구조와 정체성, 고유한 표현 방식, 또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 작업 플로를 갖춰야 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죠. 이렇게 각자 접근하는 방식과 시선이 다르지만, 그것이 한편으론 시너지를 내는 비법으로 작용한다고 믿어요.
안토니오는 가구 디자인과 뗄 수 없는 관계죠. 건축가 이전에 산업 디자이너로서 가구를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요? 안토니오 저는 어떤 건물의 인테리어를 생각할 때나 특정 공간을 채우기 위한 가구를 선택할 때 사람들이 그 공간과 가구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또 상호작용할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둡니다. 특정 공간에 어울릴 만한 가구를 맞춤 제작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안토니오 치테리오와 파트리샤 비엘.

두 분은 2004년 불가리 호텔 밀라노를 시작으로 전 세계 불가리 호텔 & 리조트 프로젝트를 총괄해왔어요. 모두 호화로운 분위기를 뿜어내면서도 각 도시의 역사와 현대적 감각을 겸비한 곳으로 주목받고 있죠. 파트리샤 최근 오픈한 로마와 도쿄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년간 불가리 호텔 & 리조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우리만의 노하우와 색깔을 켜켜이 쌓아왔습니다. 새로운 장소를 디자인하는 과정은 불가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호텔이 들어설 장소 간에 일어나는 일련의 화학작용이라 할 수 있는데요, 오랫동안 함께하며 소통도 한결 수월해졌어요. 우리가 만드는 불가리 호텔 & 리조트는 너무 격식을 차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되 세련된 동시에 편안한 경험을 안겨주는 곳이길 바랐어요. 그렇게 각 도시의 특징을 담아내면서도 고객의 웰빙을 우선시하는 정신에 뿌리를 둔, 매우 높은 수준의 호스피탤리티를 제공하는 호텔이 탄생했죠.
최근 불가리 호텔 로마와 도쿄도 오픈해 주목받았죠.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안토니오 & 파트리샤 불가리 호텔 도쿄는 꽤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도쿄 프로젝트에서 중점을 둔 건 이탈리아와 일본의 문화적 요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었죠. 이탈리아 디자인이 이어온 고유의 우아함, 삶의 즐거움, 관능미 등을 접목하면서도 도쿄의 문화적 특성을 녹여냈습니다. 이를테면 꽃꽂이라든가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의 풍경, 고급 직물의 놀라운 촉감과 서예 등 이 도시의 서정적인 감성을 드러내고자 했어요.
각 도시의 성격에 따라 호텔 내부도 조금씩 다르게 꾸몄을 텐데, 어떻게 구성했나요? 안토니오 우리는 늘 세세한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고, 특히 투숙객이 공간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에 대한 섬세한 배려를 바탕으로 일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적절한 가구 선택으로 이어지죠. 불가리 호텔 도쿄를 예로 들면 객실뿐 아니라 라운지, 테라스 등에 비앤비 이탈리아, 막살토, 플렉스폼처럼 이탈리아에 기반을 둔 브랜드 제품을 적절히 배치했어요. 곳곳에서 아름다운 가구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죠. 게다가 불가리 스위트룸은 비앤비 이탈리아와 막살토에 의뢰한 커스텀 메이드 가구로 꾸며 시대를 초월한 개성을 공간에 불어넣었다고 할 수 있어요. 틀림없이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안겨줄 것입니다.
호텔뿐 아니라 주거 및 복합 문화 공간 등 럭셔리한 공간을 다양하게 디자인해왔어요. 두 분에게 진정한 럭셔리란 무엇인가요? 안토니오 & 파트리샤 우리가 생각하는 럭셔리는 단순히 장식적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공간의 비율과 치수, 모양, 물성 등과 관련이 있어요. 예를 들면, 저녁 식사 때 매는 넥타이가 화려한 것보다는 심플한 옷차림에 굳이 격식을 차리지 않는데도 저절로 세련된 분위기가 묻어나는 것처럼요. 이런 점을 우리는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거죠.
마지막으로, 요즘 몰두하는 작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안토니오 & 파트리샤 세계적 화두이기도 한 지속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건물과 공간의 수명 주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할 때부터 건물 수명이 다한 뒤까지 바라보는데,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늘 그 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수십 년 후 우리가 작업한 건물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어떻게 재구조화할 수 있을지, 나아가 필요하다면 향후 어떤 용도로 다시 구성할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합니다.





불가리 호텔 밀라노 불가리 스위트 객실 테라스. 룸은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아티스틱 디렉터로 있는 막살토의 가구로 꾸몄다.
불가리 호텔 파리 스위트 객실 리빙 룸.
불가리 호텔 도쿄 실내 수영장 전경.

 

에디터 김혜원(haewon@noblesse.com)
사진 불가리 호텔 & 리조트, ACPV 아키텍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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