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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30

LEADING CHEFS

세계 미식 신의 챕터를 열어가고 있는 셰프 6인.

Agustin Balbi
자연산 흰살 생선과 라임 소스.
블루 크랩, 캐비아, 아오노리(파래가루).
머스캣, 요거트-화이트 와인 아이스크림.
안도 내부 전경.
차콜에 구운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로메스코 소스.
아몬드 케이크, 아이스크림, 패션프루트 소스.


다채로운 문화를 품은 마법사  Agustin Balbi 
“열네 살 때 처음 요리를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인생의 절반이 넘는 세월을 주방에서 보낸 거죠.” 올해 서른여섯 살인 아구스틴 발비 셰프는 홍콩에서 ‘안도(Ando)’를 이끌며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첫 솔로 레스토랑인 안도를 오픈한 지 6개월 만에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하는 저력을 보여주었고, 최근 2024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는 37위에 올랐다. 안도를 특별하게 만든 비결은 다름 아닌 다양성. 아르헨티나 태생인 그가 스패니시-이탤리언 집안에서 나고 자란 데다 일찌감치 해외로 발길을 돌려 다양한 경험을 쌓았기에 독특한 요리 세계를 구축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특히 그의 일본행은 안도의 정체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안도가 아르헨티나식 그릴 요리보다 해산물에 집중하는 것이나, 작은 사쿠라에비부터 큼직한 이세에비까지 새우를 잘 활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는 세이이치 혼다(Seiichi Honda), 세이지 야마모토(Seiji Yamamoto) 대가에게 훈련받으며 내공과 스킬을 탄탄히 다졌다.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많은 것을 깨쳤어요. 각종 요리 지식과 노하우, 여러 가지 재료와 이를 다루고 존중하는 방법, 그런 것이요.” 그가 코스를 구성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납득할 만한가’다. 코스 초반부에 해산물을 생으로 사용한 요리가 많아 각종 빵을 그다음에 내는 것처럼 앞뒤 메뉴의 흐름과 밸런스를 고려하는 것이다. “셰프는 자연과 손님 사이를 이어주는 존재라고 믿어요. 늘 귀한 재료를 어떻게 빛낼지 고민하죠. 어떻게 보면 재료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게 탄생한 요리를 먹은 이에게 감동을 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마법 같아요.”







Daniel Calvert
상하이 크랩.
세잔의 셰프스 테이블.
토란과 오리구이.
에어룸 토마토 타르트.
오리 푸아그라.


아시아 최고 레스토랑의 수장  Daniel Calvert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2024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에서 뜨거운 환호와 축하 속에 무대에 오른 다니엘 캘버트 셰프. 아시아 최고 레스토랑에 그가 이끄는 도쿄 ‘세잔(Sezanne)’이 호명된 까닭이다. 세잔은 네오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는 파인다이닝으로, 2022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17위로 데뷔한 뒤 작년에는 2위를, 올해는 마침내 정상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세잔을 오픈한 지 3년 만에 좋은 성적을 거둬 기쁩니다. 긴 시간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간 치열하게 노력한 우리 팀 모두를 위한 보상 같달까요.” 일본에 정착하기 전 그는 홍콩에서 5년의 시간을 보내며 다음 스텝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도쿄와 인연이 닿아 레스토랑을 이끌게 된 것. 열세 살에 요리를 시작해 일본과 홍콩, 프랑스 등 세계 각지를 누빈 덕에 그의 요리는 자연스레 다양한 문화권을 아우른다. 특히 도드라지는 건 바로 계절감. 일본은 계절마다 성격이 뚜렷한 만큼 식재료가 다채로워 이를 요리에 마음껏 표현한다. “메뉴마다 각 시즌별 특성을 드러내고자 노력합니다. 그래서 메뉴는 조금씩 변동되기 마련이죠. 계절은 물론, 그날그날 식재료의 상태에 따라 가장 좋은 것을 선별해 요리에 변화를 줍니다.” 일주일에 2~4회 로컬 시장을 방문해 까다롭게 재료를 고르고 영감도 얻는다는 다니엘 캘버트 셰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아주 당연하지만, 그래서 더욱 중요하죠. 그것이 바로 세잔의 지향점입니다.”







Tam Chudaree Debhakam
타이 토마토.
반 테파 내부 전경.
반 테파 내부 전경.
훈연한 전복, 대나무 조개, 캐비아.
새우 에멀전을 덮은 새우.


지속 가능한 맛  Tam Chudaree Debhakam 
지금 가장 핫한 태국 셰프를 꼽으라면, 단연 땀 추다리 뎁하깜이다. 그녀가 진두지휘하는 방콕의 ‘반 테파(Baan Tepa)’는 작년에 이어 지난 3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중 하나로 선정됐고, 몇 달 앞서 미쉐린 2스타를 획득하며 방콕 미식 신의 중심에 섰다. 반 테파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그녀가 뉴욕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깨달은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있다. “단순히 현지 재료를 고집하는 것이 아닌, 재료를 생산하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자 합니다. 어찌 보면 레스토랑 이상의 역할을 하려는 거죠. 그래서 반 테파를 방문한다는 건 태국 음식의 미래 가능성을 탐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태국 정통 요리를 내놓지만, 조리법은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음식에 관한 즐거운 기억에서 주로 영감을 얻습니다. 여행과 배움 과정에서 익힌 각종 테크닉도 한 축을 담당하고요. 모든 것을 조합해 역동성과 놀라움이 담긴 메뉴와 코스를 구성합니다.” 시그너처 메뉴인 동당 누들도 그렇게 탄생했다. “좋아하는 해산물 요리를 발전시킨 쌀국수로, 제게는 가족과 함께한 해변을 떠올리게 합니다. 재료는 태국 남부의 토종 쌀을 사용했어요. 오징어 먹물과 레몬그라스 소스, 태국 고유의 향으로 맛을 낸 볶음 소스로 바다 풍미를 더한 것이 포인트입니다.”
그녀에게 레스토랑은 고객이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제게 주방이 가장 편안한 공간인 것처럼요. 반 테파가 가정적 환대를 지향하는 이유입니다. 수십 년간 살던 집을 다시 방문하는 것 같은 따스함을 느끼며 식사를 즐기고, 오래도록 기억을 간직했으면 합니다.”







Julien Royer
오데트 내부.
전복, 푸아그라 등을 넣은 스프.
홋카이도산 우니.
버섯 차.
유주 타르트.


모든 것은 땅으로부터  Julien Royer 
프랑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쥘리앵 루아예는 농산물과 가축을 기르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의 할머니는 언제나 소박한 재료로 놀라운 요리를 만들었고, 이는 재료 고유의 가능성에 집중하는 싱가포르의 프렌치 파인다이닝 ‘오데트(Odette)’로 이어졌다. “메뉴를 만드는 시작과 끝은 제철 재료입니다. 재료의 매력이 접시 위에서 가장 빛날 수 있도록 연구를 거듭하죠. 자연 본연의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 셰프로서는 자제력이 필요합니다.(웃음) 각 메뉴는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도록 세심하게 큐레이션되어 하나의 코스로 구성되고요.”
쥘리앵 루아예와 오데트가 선사하는 특별한 미식 경험은 이미 정평이 났다. 오데트는 2017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9위라는 역대급 성적으로 데뷔한 이래 지금껏 10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2019년 미쉐린 3스타를 처음 획득했고, 2022년 레 그랑드 타블 뒤 몽드(Les Grandes Tables du Monde)는 올해의 레스토랑 경영자로 쥘리앵 루아예를 선정했다. 이 정도면 오데트의 모든 메뉴가 시그너처다. “그래도 하나만 꼽자면, 캄폿 페퍼로 맛을 낸 비둘기 요리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온 캄폿 페퍼는 강렬한 매운맛과 은은한 단맛을 지녔는데, 몇몇 분이 선호하지 않는 비둘기 고기의 향을 잡아줍니다. 육즙이 풍부한 고기의 크러스트와도 잘 어울리고요.”
그는 요리가 삶의 일부이자 큰 기쁨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번 시즌에는 프랑스 마잔에서 공수한 아스파라거스, 프로방스에서 가져온 산마늘, 중국 후난성산 곰보버섯이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제철 재료를 재발견하는 일은 늘 즐겁죠. 사랑하는 일을 매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Emma Bengtsson © Eric Vitale
캐비아와 감자 크림. © Signe Black
튀긴 오리, 샬럿 크럼블, 비트. © Signe Black
아쿠아빗 내부 전경. © Signe Black
광어와 멜론, 허니듀 비네그레트. © Signe Black


뉴욕의 빛나는 별  Emma Bengtsson 
제임스 비어드(James Beard) 어워드 2024의 ‘탁월한 셰프(Outstanding Chef)’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미쉐린 2스타를 받은 최초의 스웨덴 출신 여성 셰프이자 <미쉐린 가이드 뉴욕 2023>의 멘토 셰프 어워드 수상자. 미식 신에서 인정할 만한 수식어를 보유한 주인공은 바로 엠마 벵트손이다. 여성 셰프로서 굳건히 입지를 다진 그녀는 뉴욕에서 스칸디나비안 파인다이닝 아쿠아빗(Aquavit) 총괄 셰프가 된 2014년 이래, 지금까지 미쉐린 2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아쿠아빗의 요리는 셰프의 개성을 녹인 테이스팅 메뉴뿐 아니라 염장한 연어, 슈림프 샐러드, 스웨덴식 미트볼과 프린세스 케이크처럼 스웨덴 전통 요리 등을 두루 포함한다.
그중에서도 셰프가 애정하는 것은 악틱 버즈 네스트(Arctic Bird's Nest).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메뉴로, 고트 치즈 파르페를 이용해 새알처럼 만드는 등 숲에서 발견한 작은 둥지의 모습을 각종 식재료로 표현한 재미있는 디저트다. “아쿠아빗을 총괄하기 전에 페이스트리 셰프로 시작했어요. 이런 저의 뿌리를 대변하는 동시에 제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메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준비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거든요.” 그녀는 요리 하나에 온 마음과 열정을 쏟는다.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바깥세상을 잊은 채 짧은 순간이라도 눈앞에 놓인 접시 하나로 평온함과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는 그녀. “요리는 세상에 저를 표현하는 방법이에요. 요리 말고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 인생의 전부인 셈이죠!”







Sung Anh 사진 이명수
버섯 타르트.
숭어, 파, 배.
전복 타코.
흑임자 두부.


한국 미식의 선구자  Sung Anh 
안성재 셰프에게 지난 몇 달은 치열한 도전과 새로운 희망의 시간이었다. 오너 셰프로서 모수의 이전 오픈을 준비하며 잠시 숨 고르는 시기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4> 발표와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이 있었고, 미쉐린 3스타와 셰프들이 꼽은 셰프에게 주는 이네딧 댐 초이스 어워드 수상이라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감사하죠.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특히 이네딧 댐 초이스 어워드 수상자로 이름이 불렸을 땐 높은 순위에 랭크되는 것 이상으로 기쁘더군요. 그만큼 많은 셰프가 관심을 가지고 저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국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프렌치 런드리, 베누 등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15년 샌프란시스코에 모수를 처음 오픈하고, 2017년 한남동으로 레스토랑을 이전하며 한국에 진출한 안성재 셰프. 이후 ‘모수 서울’은 2019년 미쉐린 1스타, 2020년 2스타에 이어 지난해 3스타를 받으며 성장했고, 올해는 국내에서 별 3개를 단 유일한 레스토랑이 됐다. “일하며 힘든 시기가 많았는데, 그걸 버텨내며 얻은 경험이 모수만의 색을 다듬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한국 제철 식재료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모수의 모든 메뉴에는 그의 추억과 경험이 깃들어 있다. 어릴 때 자주 먹던 할머니의 약과를 그리워하며 만든 개성 약과, 스페인 셰프가 하몽과 트러플을 사용한 데 착안해 도토리묵과 트러플을 조합한 도토리 국수등이 대표적이다. “어떤 순간의 공기, 분위기, 감촉 같은 기억을 떠올려 메뉴를 개발해요. 음식을 만들 때는 늘 손님 위주로 생각합니다. 요리가 앞에 놓였을 때 그들이 무엇을 느낄지 다각도로 접근하는 거죠. 이런 레이어가 많이 쌓일수록 좋은 요리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태원의 새 공간에서 또 다른 시작을 준비 중인 모수는 오는 초가을 즈음 재오픈할 예정이다. “지난 7년 동안 넘치는 사랑을 받은 것에 감사해요. 보답하는 마음으로 잘 준비해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황제웅(jewoong@noblesse.com),김혜원(haewon@noblesse.com)
사진 이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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