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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7

불멸의 포르쉐

신형 파나메라를 시승하기 위해 스페인 세비야로 떠났다. 그리고 포르쉐의 인기는 여전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돌아왔다.

위쪽 하반기 국내 출시하는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엔 PAR 서스펜션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
아래쪽 신형 파나메라의 실내엔 ‘포르쉐 드라이버 익스피리언스’를 도입했다.

청담동 명품 거리는 스포츠카, 럭셔리카 브랜드의 인기를 가늠하기 좋은 곳이다. 오랜 세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양분해온 이곳 골목길은 한때 랜드로버의 거대한 SUV로 꽉 찼고, 마세라티 세단이 화려한 멋을 뽐낸 적도 있었다. 지금은 포르쉐의 시대다. 한 파인다이닝 앞에 주차된 차가 모두 포르쉐일 정도. 스포츠카 911과 718, SUV 카이엔과 마칸, 세단 파나메라와 타이칸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파나메라의 비중이 높다. 카이엔과 함께 포르쉐 판매량을 견인하는 모델로, 한국은 2023년 글로벌 기준 파나메라가 세 번째로 많이 팔린 국가다.
2009년 공개된 1세대 파나메라는 스포츠 럭셔리 세단의 새 기준을 제시한 모델이었다. PDK 변속기와 오토 스타트-스톱 같은 혁신적 시스템을 럭셔리 클래스 모델로서 처음 적용했고, 최상위 모델 파나메라 터보에는 주행 상황에 따라 공기량을 추가로 조절할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과 어댑티브 리어 스포일러가 달렸다. 눈에 익지 않은 탓인지 디자인에서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2016년 한층 날렵한 루프 라인과 근사한 수평 테일 라이트로 무장한 2세대 파나메라를 출시하며 유일한 약점을 지워냈다. 3 챔버 1 밸브 에어 서스펜션, 리어 액슬 스티어링,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 등 섀시 시스템으로 온로드, 트랙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성능을 발휘하기까지. 오늘날 사람들이 파나메라를 찾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 파나메라 3세대가 지난해 11월 상하이에서 공개됐다. 새로운 디자인과 한층 광범위한 디지털 기능, 역동적 성능과 주행 편의성 간 폭넓은 스펙트럼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완전 변경 모델이니 디자인과 디지털 영역의 진화는 당연하겠으나, 주행에 관한 설명은 좀처럼 와닿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2세대 파나메라의 달리기 실력에 불만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형 파나메라 글로벌 시승 행사가 열리는 세비야로 떠난 이유이기도 하다. 물음표를 떼어내기 위해 시작한 여정은 느낌표로 끝났다.

파나메라는 역시
서킷 주행을 위해 시르쿠이토 몬테블랑코(Circuito Monteblanco)로 향하는 길, 파나메라 4 차 키를 건네받았다. 신형 파나메라에서 근육질 몸매를 비스포크 슈트로 가린 신사가 연상됐다. 세련되고 강력하다. 프런트 윙과 보닛 윤곽은 2세대보다 뚜렷하고, 헤드라이트는 더 가파르다. 포르쉐 크레스트와 번호판 홀더 사이에 추가된 얇은 에어 인테이크는 원래 있던 것처럼 사다리꼴 형태의 하부 에어 인테이크와 시각적 통일감을 이룬다. 차량 폭은 직사각형 모양의 커다란 측면 에어 인테이크로 강조된다. 역동적 측면부 디자인은 그대로인데, 차량 후면부로 솟아오른 윈도 라인으로 변주를 줬다. 후면부는 전면부처럼 선명한 라인으로 스포티한 외관을 완성했다.
파나메라 특유의 가파른 센터 콘솔과 우아한 블랙 패널 등 실내 전반 레이아웃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 안에 풀 디지털 계기반, 옵션 사양인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녹아들었다. 이와 함께 ‘포르쉐 드라이버 익스피리언스(Porsche Driver Experience)’를 도입했다. 기어 셀렉터 레버 위치를 스티어링 휠 오른쪽으로 옮기는 등 주행 관련 제어 요소를 운전자 중심으로 배치해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포르쉐 오너에게 이런 변화는 대환영이다.
예비 오너의 마음으로 세비야의 좁은 길을 달렸다. 포르쉐만의 묵직한 주행 질감은 여전하다. 노멀 모드에서도 스티어링 휠은 마냥 가볍게 돌아가지 않고, 노면의 굴곡은 알알이 읽힌다. 하지만 불편함이나 불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차와 일체감을 느끼기에 알맞은 감도랄까. 파나메라는 패밀리카로 사용 가능한 모델이지만, 포르쉐의 레이싱 DNA는 3세대에도 선명히 새겨져 있다. 한적한 교외에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고 액셀러레이터를 깊숙이 밟자 우르릉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앞차를 추월했다. 계속 빠르게 달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느새 계기반에 찍힌 숫자에 놀라며 황급히 속도를 줄였다. 놀라운 고속 안정성에 속도를 착각하게 되는 것 또한 포르쉐의 특징이다.
이어 굽이진 산길에 접어들었다. 파나메라 4는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의 2 챔버 2 밸브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 탑재했다. 2 밸브 기술의 골자는 댐퍼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반발 및 압축 정도를 조정하게 해 안락함과 스포티함 사이의 넓은 스펙트럼을 제공하는 데 있다. 지금은 스포티함을 느낄 차례.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와인딩을 즐겼다. 3세대 파나메라에는 차량의 롤링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포르쉐의 시그너처 기술인 PDCC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없다. 의아한 부분이었는데, 거칠게 코너로 몰아붙여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으니 옵션의 부재가 그제야 이해됐다. 잘 다듬은 익스테리어, 운전자 중심 인테리어, 여전한 주행 성능까지. ‘역시!’라는 감탄사를 몇 번 터뜨리다 보니 시르쿠이토 몬테블랑코에 도착했다.





위쪽 4월 국내 출시하는 파나메라 4에 기본 탑재된 2 챔버 2 밸브 에어 서스펜션은 어떤 길에서도 제 역량을 발휘한다.
아래쪽 한층 선명한 인상을 지닌 신형 파나메라.

포르쉐의 새로운 마법, PAR
서킷에서는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를 만났다. 브론즈 톤이 가미된 따뜻한 그레이 컬러인 터보나이트(Turbonite)를 보닛의 포르쉐 크레스트, 테일게이트의 ‘터보’ 레터링 등 곳곳에 적용해 최상위 모델다운 무게감을 더했다.
겉도 겉이지만, 속에서의 변화가 드라마틱하다. 파나메라의 E-하이브리드 모델에는 혁신적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PAR)’ 서스펜션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장착이 가능한 건 2 밸브 기술을 적용한 댐퍼에 400V 시스템으로 리바운드와 컴프레션 방향의 힘을 축적하는 전기 구동 유압펌프를 달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각 댐퍼는 능동적으로 빠르게 개별적으로 제어된다. 그로 인한 효과는? 플래그십 세단의 편안함부터 스포츠카의 즉각적 반응 속도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스펙트럼의 주행 경험을 선사한다.
PAR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테스트용으로 울퉁불퉁하게 만든 길 앞에 섰다. 평범한 차량으로 이 길을 통과했다면 천장과 정수리가 몇 번은 닿았을 거다. PAR을 적용한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는 달랐다. 50km/h가 느린 속도는 아닌데, 요철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주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4개의 휠이 제각각 꿀렁이며 전체적 밸런스를 유지한다. 이어 평탄한 길에서의 급가속, 차선 변경, 급감속. 풀 액셀을 밟으면 몸이 뒤로 젖혀지고, 스티어링 휠을 꺾으면 반대 방향으로 기울며, 브레이크를 힘껏 밟으면 앞으로 쏠리는 게 자연의 이치다. 한데 PAR은 이를 무시하는 마법을 부린다. 코너링 시 커브 방향에 따라 몸을 숙이는 모터사이클 운전자처럼,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차체를 상하좌우로 기울이며 피칭·롤링 현상을 보정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차체가 지면과 수평을 유지하니 자세도 항상 똑바를 수밖에.
마지막으로,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를 타고 서킷을 달렸다. 고속에서도 PAR의 마법은 유효했다. 각 휠에 최적의 구동력을 배분하고, 토크를 제어해 최상의 접지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 덕분에 차를 믿고 과감하게 내달릴 수 있었다. 기본 하이브리드 모드로 트랙을 공략하기엔 서스펜션이 부드러운 감이 있다. 신발 끈을 단단히 묶듯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전환했다. 오직 나와 파나메라의 시간.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3.2초 만에 데려다 놓는 4.0리터 V8 터보엔진과 전기모터의 강력한 힘, 4도어 세단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민첩한 거동을 느끼며 포르쉐의 현재를 만끽했다.
현장엔 포르쉐 개발 드라이버 라스 케른(Lars Kern)이 있었다. 몇 달 전 신형 타이칸으로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랩타임 신기록 달성 소식을 전했던 반가운 이름이다. 그에게 택시 드라이브를 청했는데, 프로는 달랐다. 아찔한 속도와 핸들링에 정신이 혼미해지며 포르쉐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요즘 청담동에는 더 많은 포르쉐가 보인다. 그중엔 신형 파나메라도 있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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