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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5

새로운 건축무한육면각체

안팎으로 작품을 빛내는 우리나라의 주목할 만한 미술 공간.

2024년 개관 예정인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은 오스트리아 건축가 믈란덴 야드리치와 일구구공도시 건축이 설계했다.

리움, 뮤지엄산, 미메시스아트뮤지엄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전시 관람이 아니더라도 미술관 자체를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찾는 건축 투어 명소라는 것이다. 갤러리, 미술관 등 예술 기관은 작품을 품은 둥지이자 새로운 시대의 예술에 요구되는 다양한 장면이 펼쳐지는 무대로서 기능한다. 더불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변화시키는 현대건축의 일부로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사회적 기능도 중요하다. 근래 우리나라에 등장한, 그리고 2024년에 등장할 주요 미술 기관 건축물을 살펴보자.





대구간송미술관은 최문규 건축가의 설계로 2024년 선보일 예정이다.

2023년 달라진 아트맵
서울의 랜드마크인 남산서울타워를 바라보는 명소가 한 곳 추가됐다. 후암동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화이트스톤갤러리다. 1967년 도쿄 긴자에서 시작한 화이트스톤갤러리는 홍콩, 타이베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 지점을 운영 중으로, 서울에 입성한 최초의 일본 갤러리다. 유명 건축가 구마 겐고가 레노베이션을 맡아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에 루프톱 정원까지 마련했다. 앞서 화이트스톤갤러리의 홍콩, 타이베이, 베이징, 싱가포르 지점을 구마 겐고가 진두지휘했을 만큼 건축과 전시에 대해 깊은 이해를 나누는 사이라고. 화이트스톤갤러리 서울의 건물 외관은 검은 유리 필름으로 덮어 남산의 숲을 투영하고, 조경을 활용해 전체적으로 자연과 연결되는 분위기를 강조했다. 구마 겐고는 “갤러리 내부로 들어가며 도시의 일상에서 추상적인 하얀 미술 공간으로 의식이 전환되는 전개적 경험을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갤러리라는 특성상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공간 구성에 중점을 두었고, 검은 외관에서 화이트 큐브로 이어지는 극적 변화가 강조하는 것은 단연 미술 작품이다. 서로 다른 레벨의 층을 걸으며 천장, 계단, 돌마당 등의 공간적 변주와 더불어 작품의 개성과 전시의 흐름을 예민하게 감각할 수 있다. 그중 백미를 꼽으라면, 단연 옥상정원일 것이다. 겐고의 시그너처와도 같은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해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이곳은 계절마다 다른 식물을 가꿔 자연과 도시의 변화를 조망할 수 있는 조각 정원이다.
서울 유현준건축사사무소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두아르트스퀘이라 서울은 포르투갈을 본거지로 활동하는 갤러리다. 평범한 주택가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건물 외관은 포르투갈 브라가의 오리지널 갤러리와 그 생김새도 닮아 의미 있는 공간이다. 지난 9월부터는 서울 정동길에 새로 문을 연 복합 문화 공간 스페이스소포라 1층에 두아르트스퀘이라 서울 덕수궁관도 운영한다. 덕수궁 돈덕전과 마주한 4층 규모의 붉은 벽돌 건물이다. 인수대비의 집무실, 고종의 사신 접견관 등으로 쓰인 이후 KBS의 전신인 경성방송국이 있던 곳이다. 두아르트스퀘이라는 건물 한 층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다양한 국적의 컬렉터를 맞이할 계획이다. 이로써 지척에 있는 정동극장,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등 정동의 문화 인프라에 한 겹을 보탠 셈이다. 두아르트스퀘이라 서울 윤한경 대표는 “강남 공간에서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젊고 참신한 작가를 소개하고, 덕수궁관에서는 이미 중견 작가의 반열에 올랐거나 한국에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작가 위주로 전시를 보여드릴 예정입니다”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이처럼 해외 갤러리의 서울행이 러시를 이루며 도산공원 일대가 유독 들썩였다. 도산대로의 화려한 건물들 틈에서 존재감을 자랑하는 호림아트센터는 건축가 유태용과 이정학이 설계한 작품이다. 전체적인 브라운 톤이 화려함보다는 중후한 첫인상을 주지만, 수많은 창을 낸 외관의 모양은 도자기, 빗살무늬토기, 혹은 꽃봉오리를 연상시킨다. 이 건물 1층에 영국의 화이트큐브가 서울 지점을 냈다. 화이트큐브 서울은 300m2 규모로 전시장, 프라이빗 뷰잉룸, 사무실 등으로 구성했다. 이곳의 공간 프로젝트는 건축가 조윤경과 송승원이 설립한 건축디자인 스튜디오 인테그가 맡았다. 문화시설인 동시에 상업 공간인 갤러리 특유의 기능을 하나의 공간에 구체화하기 위해 인테그에서 중점적으로 고민한 부분은 ‘갤러리 방문객과 작품 사이의 교감’이었다. 특히 조명, 공간감, 각 공간의 전환점을 세심하게 고려했다고. 그 결과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비례감과 조도는 물론 마감재 하나까지 미니멀하면서 정갈한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과천 K&L미술관은 디아키즈의 명재용 건축가 작품이다. Photo by William Mulvihill
아래 한남동에 새롭게 문을 연 소더비 서울 건물 외관.

2023년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은 서울 아트 신을 축제의 열기로 뜨겁게 달궜다. 이와 연계해 많은 갤러리, 옥션 등이 신규 공간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 리크릿 티라바니야의 개인전과 함께 분더샵 청담 지하에 개관한 신세계갤러리도 그중 하나였다. 피터 마리노가 설계한 분더샵 건물에 갤러리 공간을 마련하면서 영국 출신 미니멀리스트 건축가 존 파우슨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단순한 편집숍을 넘어 쇼핑, 미식, 작품 감상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컬처 스폿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였다. 이 공간을 위해 파우슨에게 의뢰한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신세계갤러리 이경민 큐레이터는 “분더샵 1층 외부에 있는 갤러리의 단독 출입구에서 지하층 갤러리로 이어지는 길이 마치 경이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듯한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요청했습니다”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하 공간임에도 햇빛이 들어오는 듯 입체적인 빛을 느낄 수 있는 정교한 조명 설치도 눈에 띈다. 같은 기간, 세계적 옥션 하우스 소더비 코리아도 한남동에 위치한 서울사무소를 공개했다. 마치 거대한 조각처럼 리듬감이 느껴지는 건물 외관이 독특한 한남화원빌딩은 서울의 새로운 아트 벨트를 형성한 한남동 번화가에 자리한다. 소더비 코리아 서울사무소는 150m2 공간을 할애해 향후 전시, 강연, 워크숍 등 행사를 개최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아트맵에 추가된 또 다른 미술관이 있으니 바로 K&L미술관이다. K&L미술관이 선택한 도시는 과천. 김진형 디렉터는 “과천은 서울에 인접해 차량과 대중교통으로 이동이 쉬우면서도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과 특유의 문화적 포근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지역입니다”라고 설명했다. 12월 30일까지 이어지는 개관전 〈총체예술〉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 전위예술가 헤르만 니치의 작품 세계를 아우른다. 그간 한국에선 보기 힘들었던 특별한 전시를 만날 수 있는 이 신생 미술관의 건축에선 석조 외관과 전면의 유리 부스가 두드러지는데, 디아키즈의 명재용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지었다. 한 번쯤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유리 부스의 개방감이 미술관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 건축물의 특성상 나타나는 볼륨과 양감이 줄 수 있는 폐쇄적 인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네모난 건물에 마름모꼴 중정을 개방해 공공성을 높이기도 했다. 내부로 들어서면 높이 6m에 달하는 벽이 대형 유리창을 마주한다. 전시의 대표작이나 크기가 큰 작품을 설치할 수 있는 벽은 건물 안과 밖이 소통하는 공간으로도 기능한다. 김진형 디렉터는 “전체적 전시 공간은 스킵플로어 형식을 취해 1전시장부터 2전시장, 3층 서점과 카페까지 단절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라고 말했다. 섬세한 구성을 통해 각 층의 높낮이가 서로 중첩되면서 관람객이 다양한 시각으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느낌은 작품을 향한 시선, 전시의 흐름과 만나 감상의 즐거움과 감동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다채로운 문화 향유층이 교류하는 허브를 꿈꾼다는 K&L미술관의 포부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외에 과천을 기억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신세계갤러리 분더샵 청담은 영국 건축가 존 파우슨에게 공간 프로젝트를 맡겼다. © Rirkrit Tiravanija, as shown at the “?” exhibition 2023, Courtesy Shinsegae Gallery, Kurimanzutto, Galerie Chantal Crousel, Gladstone Gallery and Pilar Corrias, London

2024년 개관을 앞둔 예술 공간
2024년을 앞두고 변신을 꾀하는 미술관도 눈에 띈다. 우선 서울시립미술관이 서소문본관 리모델링을 예고했고, 지난 4월 개관한 서울시립아카이브미술관에 이어 2024년 10월 사진미술관, 11월 서서울미술관 개관을 통해 ‘네트워크형 미술관’ 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서소문본관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건축 구조물을 제외한 전반적 리모델링을 2026년 5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그에 앞서 2024년 하반기에 서울 도봉구 마들로에 동시대 사진 영상 특화 미술관인 서울시립사진미술관을, 금천구에 뉴미디어 아트와 융·복합 예술을 포괄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에 둔 서서울미술관을 잇따라 연다. 국제 지명 설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서서울미술관 건축 당선작은 건축가 김찬중의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에서 제안했다. 전체 콘셉트는 지역사회에 스며든 미술관에서 일상과 예술의 경계 없는 결합을 추구하는 것.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주거지역과 지하철역, 공원이 있는 출퇴근길 옆에 메인 전시장을 배치해 일상에서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대구간송미술관도 2024년에 준공 예정이다. 수성구 삼덕동에 건립 중인 대구간송미술관은 총 6개의 전시 공간과 관람객을 위한 카페, 아트 숍, 아카이브실 등 큰 그림을 앞서 밝혔다. 2020년 국제 공모에서 당선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최문규 교수와 가아건축사사무소의 설계로 건물의 윤곽을 드러냈다. 제11회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큐레이터를 역임하고 쌈지길,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파리 국제대학촌 한국관 등을 설계한 최문규 교수는 “대구대공원 대구미술관 바로 옆에 미술관이 위치한다는 점, 입지 지형이 안동 도산서원과 비슷하다는 점 등에 착안해 자연에 녹아드는 한국적 미술관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문화유산을 근간으로 하는 미술관인 만큼 고유한 땅의 이야기를 건축설계에도 반영했다. 계단식 기단, 터의 분절 등 한국 전통 건축 요소도 적극적으로 접목한다. 세부적으로는 간송의 상징인 소나무를 진입로와 미술관 입구에 배치하고,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한옥처럼 미술관에도 내부와 자연을 잇는 장치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건물 내·외부에 배치한 박석 마당, 중정, 수변 공간 등을 통해 건물과 자연의 관계, 공간의 연결과 확장을 경험케 하는 구조를 발표해 기대감을 높였다.
훌륭한 작품이라면 그 진가는 어디서든 빛나겠지만, 어떤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기억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건축이 그 안에 담길 미지의 예술과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들에 관해 고민할수록 우리가 느낄 감정의 진폭도 크게 달라질 것임은 자명하다.

 

이가진(미술 저널리스트)
에디터 이소영(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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