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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02

김선우의 모험

새로운 모험을 앞둔 도도새 작가 김선우를 그의 조용한 작업실에서 만났다.

김선우
2015년 동국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새인간 그리고 도도새를 통해 현대인이 잊고 사는 꿈과 희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이어가는 중. 팔레드서울, 아트스페이스H, 가나아트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세종미술관, 장욱진미술관, 하이트컬렉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9년 삼성 비스포크 랑데부 디자인 공모전 우수상, 같은 해에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EBS방송공사사장상을 받았다.





A Sunday on La Mauritius, Gouache on Canvas, 130×162cm, 2019. Courtesy of the Artist

작업실이 정말 좋네요. 차 소리도 안 들리고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작업에 집중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교통이 조금 불편하긴 해도 저에겐 최적의 공간이에요. 예전에 을지로 작업실은 양옆이 철공소여서 시끄러웠죠. 불쑥 작업실에 들어와 뭐 하는 곳이냐고 묻는 분도 종종 있었고요. 이후 합정동 반지하 작업실로 옮겼는데, 여름 폭우에 물이 넘쳐 작품이 젖는 등 고생을 한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가나아트센터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평창동에서 작업했는데, 서울 같지 않은 평온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레지던시 기간이 끝나 다른 동네도 살펴봤지만 이만한 곳이 없더군요. 현재 자리가 좋은 조건에 나와서 이렇게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업실을 옮기면 작품도 바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작가님도 그런가요?
이미지 자체는 변하지 않은 거 같아요. 그래도 공간이 넓어지면서 작업의 효율성이 높아졌죠. 공간을 분리하면 공간별로 하는 일을 나눌 수 있거든요. 전엔 생각하지 못한 스케일 큰 작업도 시도할 수 있게 됐고요. 작업실의 크기가 생각의 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보통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나요?
다른 작가들과 비슷해요. 작업하는 도중에 다음 작업이 생각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땐 구성 같은 것을 드로잉해놓고, 하던 작업을 완성한 후 다음 작업으로 넘어갑니다. 스케치 단계에서 머릿속에 도상이 완성되는데, 그 후에는 어찌 보면 노동에 가까운 시간이죠.
그 노동을 이어가는 하루 루틴은 어떻게 되나요?
오전 5시쯤 작업실에 도착해요.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커피도 내려 마시고, 작업하다 12시쯤 점심을 먹죠. 주변에 식당이 없지만 도시락 싸는 게 습관이 돼서 괜찮아요. 다시 작업하다 5시쯤 퇴근하고, 운동하고 쉬다가 10시 조금 넘어 잡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라 하기엔 생활이 규칙적이고 모범적인데요?
그래서 동료 작가들이 ‘예술 공무원’이라고 해요.(웃음) 작년에 작업한 작품을 세어보니 200점 정도 되더라고요. 코로나19 확산 이후 거의 놀러 다니지 않고 그림만 그리다 보니 작업량이 늘었죠. 지금은 작가로서 많은 작업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많은 사람이 작가님의 작품을 찾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가장 바쁠 때 해외로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의외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프랑스로 가신다고요.
4~6월 파리의 시테 국제 예술가 레지던시에서 작업하게 됐습니다. 대학 시절 은사님인 오원배 교수님께서 프랑스가 예술가로서 영감을 얻기 좋은 나라라고 하셨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왔죠. 많은 분이 제 작품을 좋아해주셔서 정말 기쁘지만,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 작업을 한층 진지하게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자리에서 비슷한 생각, 비슷한 작업을 하다 보니 동어반복을 한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작품의 주인공인 도도새는 2015년 아프리카 모리셔스를 여행하다 만난 존재죠. 그런 계기를 한 번 더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Paradise, Gouache on Canvas, 227.3×181.8cm, 2021. Courtesy of the Artist





The Sleeping Dodo, Gouache on Canvas, 130×162cm, 2020. Courtesy of the Artist

한참 전 이야기지만 모리셔스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어떻게 그 먼 곳을 여행할 생각을 했나요?
도도새 작업을 하기 전에는 새 머리를 한 인간을 그렸어요. 자유로운 새가 인간의 옷에 갇힌 모습이 꿈을 포기하게 되는 현대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던 중 일현미술관에서 공모전을 했는데, 작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여행 계획을 세워 보내면 선별해 여행을 보내준다는 거였어요.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도새를 알게 됐죠. 오랜 기간 천적이 없어 나는 법을 잊어버리고, 이후 무분별하게 포획되어 멸종한 도도새의 이야기로 작업을 발전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도새는 이미 자취를 감췄잖아요. 모리셔스에서도 직접 볼 수는 없었을 테니 쉽지 않은 모험이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상 공모전에 당선되고 나니 조금 무섭더라고요.(웃음) 모리셔스에 가도 정확히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그곳에 도착해서는 도도새 뼈가 있는 박물관에 가보고, 현지인을 인터뷰하는 등 계획한 일을 진행했습니다. 도도새를 제 작업과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하며 한 달간 300점 정도 드로잉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저만의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프랑스행이 기대되는 건 작가님이 모험을 떠날 때마다 신선한 결과물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2017년 뉴욕 인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는 미국의 장소성과 시대성을 상징하는 도상을 담은 작품을 선보였죠. 같은 해에 도쿄 레지던시에 머물며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인쇄물을 이용한 콜라주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했어요. 한국에서 쓰던 재료를 공수할 수 없기도 했고요.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려 했는데, 이번에도 파리에서만 할 수 있는 작업이 기대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갖지 않으려 해요. 그간 해온 것처럼 생각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작업해보려고요.
작가님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그걸 실행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는 것 같아요. 2018년 현대차와 함께한 교각 벽화 프로젝트, 2020년 신한카드의 을지로3가 셔터갤러리 프로젝트, 2021년 로얄살루트 컨템퍼러리 아트 디지털 페스티벌 팝업 전시가 그랬죠. 여전히 브랜드와 작가의 컬래버레이션에 의구심을 보이는 시선도 있는데, 이처럼 다양하게 작업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사람들이 제 작품에서 친근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싶은데, ‘A Sunday on La Mauritius’(2019) 같은 명화의 파스티슈 작업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컬래버레이션은 그보다 훨씬 대중적이죠. 작품이 캐릭터 상품처럼 보이지 않는 선에서 브랜드의 프로젝트에 녹아들 수 있다면 소통의 측면에서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The Great Wave off Indian Ocean, Gouache on Canvas, 130×162cm, 2021. Courtesy of the Artist





Blossom, Gouache on Canvas, 145.5×112cm, 2021. Courtesy of the Artist

지난해부터 NFT 작품을 만들고 있죠. 현재까지 유명 작가의 NFT 작품은 이벤트성에 그친 경우가 많은데, 작가님은 여기에 좀 더 진심인 것 같습니다.
디지털 기술에 비교적 익숙하기도 하고, 관심이 많은 분야라 자연스럽게 진입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PFP(프로필 사진) 프로젝트 ‘Crypto Dodos’를 진행했어요. 기존 회화 작업에서는 보여주기 어려운, 서브컬처 요소를 결합한 도상을 펼쳐놓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작업했지만, 다음에는 실물 작품과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A MetaDodo’(2021)군요. 작은 정방형 캔버스에 그림 그리는 영상을 찍어 판매한.
그 NFT 작품을 구매한 분에게 영상을 촬영하면서 완성한 실물 작품도 드렸어요. 다만 이 사실은 분명히 했죠. 당신은 NFT 작품을 산 것이고, 그림은 ‘증정품’일 뿐이라고. 나중에 NFT 작품을 되팔 때 아마 이런 고민이 생길 겁니다. ‘의무는 아니지만 도의적 측면에서 증정품을 함께 전달해야 할까?’ 향후 실물 작품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어찌 되었건 저는 실물 작품을 주로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NFT 작업을 할 때에도 저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돌아오면 새로운 개인전이 예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많은 전시로 기쁨을 주시리라 생각하고요. 작품 감상에 정답은 없겠지만,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요?
질문을 안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도도새를 통해 꿈과 자유,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잖아요. 굉장히 중요하지만 평소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죠. 제 작품이 잊고 있던 어떤 것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행위는 그 자체로 다양한 답이 나올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 같고요. 질문에 대한 새로운 답을 내다 보면 세상이 좀 더 다채로워지고 관용의 폭도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작가로서 목표를 들으며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계속 작가로 살아가는 게 목표예요. 제가 하고 싶은 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여기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작업하는 이유입니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JK(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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