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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8

한국 근,현대미술의 진가를 매기는 현장, 옥션

역대급 호황을 맞고 있는 국내 미술 옥션 시장. 지금 가장 사랑을 받는 작가와 작품은?

케이옥션의 2021년 10월 27일 메이저 경매 프리뷰 현장. 경매시장에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이건용의 작품이 자리했다. 사진 제공 케이옥션





제163회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 프리뷰 현장. 중앙에 우국원의 작품, 오른쪽 끝에 문형태의 작품이 보인다. 사진 제공 서울옥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억눌린 삶에 대한 보상 차원의 소비일까? 코로나19 지원금 지급에 따른 통화량 증가, 화폐가치 하락의 여파일까? 아니면 기본소득으로는 돈을 못 번다는 생각에 투자에 열 올리는 투자 열풍의 영향일까? 그것도 아니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쏠림 탓일까? 갤러리부터 아트 페어, 옥션까지 미술시장 전반에 걸쳐 솔드아웃, 판매액 경신, 작가 최고가 기록 등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매시장이 인상적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꿈틀거리던 경매시장은 2021년 상반기부터 낙찰률이 오르고 낙찰 총액이 급증하며 2006~2007년, 2015~2018년에 이어 세 번째 호황기를 맞았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 경매시장(서울옥션, 케이옥션 등 8개 국내 미술 경매 회사)의 총거래액은 1438억 원으로 2020년 상반기의 3배를 기록했다. 경매시장을 이끄는 레전드(초특급) 작가와 이스태블리시드(안정된) 작가의 작품 가격도 급상승하며 생전에 밀리언 달러 작가에 입성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재 프리뷰와 경매 현장엔 인파가 몰려 거리 두기를 실시하는 경매 회사 직원들이 법정 수용 인원을 체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험과 정보가 많은 미술품 공급자 측에서는 과한 열기를 우려하지만, 미술시장 활황을 지켜보는 일반 수요자나 투자자 입장에선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열기는 뉴욕, 런던, 홍콩으로 대변되는 해외 미술 경매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4일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피카소의 1932년 작 ‘창가에 앉아 있는 여인’이 1억340만 달러(약 1209억 원)에 팔리며 피카소 작품 세일 중 다섯 번째로 1억 달러 이상 판매가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2021년 상반기 세계 경매시장의 낙찰 총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상반기보다 13% 증가했고, 같은 시기 크리스티의 전체 낙찰 총액에서 39%를 아시아 구매자가 차지하는 기록도 세웠다.
국내 미술 경매시장으로 돌아와 자세히 들여다보면, 2005년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양강 체제가 성립되고 호황 국면을 맞으며 낙찰 총액이 이전의 100억~200억 원에서 2006년 591억 원, 2007년 1926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경매시장을 주도하는 작가도 박수근, 이중섭에서 김환기, 이우환으로 이동했다. 2015년 단색화 붐이 일며 구상화 시대에서 구상화와 추상화 복합 시대로 전환했으며, 이후에도 단색화와 포스트-단색화 작가군이 개발되며 추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한국 미술품 최고 낙찰가 기록을 경신한 김환기의 ‘3-II-72 #220’ (1972). 사진 제공 서울옥션





우국원의 ‘Jesus Suffering Fuck’(2019)는 2021년 9월 28일 서울옥션 어텀 세일에서 낮은 추정가 1800만 원의 10배 수준인 1억7000만 원에 낙찰됐다. 사진 제공 서울옥션

현재 경매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군을 보면, 지난 5년간 국내 경매시장에서 연간 낙찰 총액 기준으로 상위 30위권 작가 중(해외 작가 6~7명 제외) 평균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한 제1그룹, 10억~90억 원을 기록한 제2그룹, 그리고 10억 원 이하인 제3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제1그룹은 2007년 이후 경매시장뿐 아니라 딜러와 컬렉터 사이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김환기, 이우환으로 대표되는 레전드 그룹이다. 제2그룹은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 등 단색화 작가와 물방울 작가 김창열, 추상화가 유영국, 이성자, 그리고 박수근, 이중섭, 천경자, 장욱진, 이대원, 김종학, 도상봉, 오치균, 이왈종 등 구상화 작가가 포함된다. 제3그룹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최근 화랑가의 스타 작가 이건용, 이강소, 김태호, 이배, 전통 한국화가 이상범, 변관식, 박생광, 서세옥, MZ세대의 시장 진입으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우국원, 김선우, 문형태 등이다. 제1·2그룹에 비해 제3그룹에 속한 작가의 구성은 시기별로 판매액에 따라 순위 변동이 큰 편이다.
2015년부터 2019년에 이르는 ‘김환기 열풍’은 작가의 최고가 경신이자 한국 근·현대미술품 최고가 기록 경신의 연속이었다. 2007년 30억 원이던 김환기 작품 최고가는 2015년 45억6000만 원에 이어 2016년 48억6000만 원 54억 원 63억2600만 원으로 3회 연속 신기록을 세우고, 2017년 65억5000만 원, 2018년 85억3000만 원, 그리고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에서 1971년에 제작한 점화 작품이 132억 원에 낙찰됐다. 특히 2016년과 2017년엔 김환기가 미술시장의 대스타였고, 김환기의 작품 가격이 다시 김환기의 작품 가격을 경신하는 그에 의한, 그를 위한 시기였다.
스테디셀러 스타 작가 이우환은 2011년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의 회고전, 2014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 전시 외에 135회가 넘는 개인전을 개최해 명성이 높다. 작품 공급 능력도 탁월해 일찍이 밀리언 달러 작가가 됐고, 현재 김환기와 함께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우환의 또 다른 인기 요인은 회화 외에도 설치, 조각, 판화 등 작품의 장르가 다양해 경매시장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페이스 갤러리, 블룸 앤 포 갤러리,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등 국내외 갤러리를 통해 계속 작품을 소개하고, 국내 양대 경매 회사와 크리스티, 소더비 등 해외 경매 회사의 주요 경매에 끊임없이 출품해 인지도가 확실하다. 국내 경매에선 2019년 그의 작품 184점을 출품해 130점이 낙찰됐고, 2020년에는 228점을 출품해 180점이 낙찰됐다.
단색화 붐은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의 단색화>전이 열리고 2년 뒤인 2014년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의 국내 경매시장 낙찰 총액 합계가 56억 원으로 이전 13년간 총합계인 59억 원에 육박하면서 조짐을 보였다. 단색화 붐이 폭발한 2015년 한 해에만 판매가 403억 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으나 2016년 243억 원, 2017년 133억 원으로 낙찰 총액이 급감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낙찰 총액은 1위 정상화, 2위 박서보였지만 2018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1위 박서보, 2위 정상화로 바뀌었다. 윤형근, 하종현이 그 뒤를 이었다. 2021년 미술시장이 회복하며 또다시 단색화 작가의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김창열의 1977년 작 ‘물방울’(1호)은 케이옥션 2021년 3월 17일 메이저 경매에서 8200만 원에 낙찰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 제공 케이옥션





2021년 8월 24일 제162회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에서 이우환의 1984년 작 ‘동풍’(1984)이 31억 원에 낙찰되며 국내 생존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사진 제공 서울옥션

단색화 붐 이후 국내 미술 경매시장은 2018~2019년 김환기, 이우환에 이어 단색화 4대 작가인 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에게 관심이 쏠렸으며 포스트-단색화 시대를 이끌어갈 오세열, 이건용, 이강소, 신학철, 이종구, 임옥상, 황재형 등을 주목했다. 이대원, 김종학, 이응노, 도상봉, 장욱진, 오치균 등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그사이 스테디셀러 작가이자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창열이 계속 순위를 높여왔다. 국내 경매시장 기준 김창열의 연도별 낙찰 총액 순위는 2016년 7위(36억 원), 2017~2018년 6위(39억 원, 43억 원), 2019년 5위(28억 원), 2020년 4위(32억 원)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2021년에는 상반기에만 130억 원을 기록하며 김환기, 박서보를 앞질러 2위로 뛰어올랐다. 타계 이후 지난 2월 23일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는 작품 8점이 나와 인기를 실감케 했고, 100호 대작이 4억8000만 원에서 시작해 10억4000만 원에 낙찰되며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3월 17일 케이옥션에서는 1호 크기 작품이 1200만 원에서 시작해 8200만 원에 낙찰돼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방울’이 됐다.
화랑과 아트 페어에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원로 퍼포먼스 작가 이건용은 2019년 경매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3년 차인 2021년 9개월 동안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 55점을 출품했고, 낙찰 총액은 16억4010만 원에 달했다. 또 다른 경매시장의 이머징 아티스트로 MZ세대의 ‘갬성’(그들은 감성을 이렇게 부른다)을 자극하는 우국원과 김선우를 꼽을 수 있다. 우국원은 경매시장에 처음 진출한 해에 양대 경매 회사에 38점을 출품, 낙찰 총액이 27억1075만 원에 달했다. 김선우도 28점을 출품해 낙찰 총액 7억2805만 원을 기록했다.
국내 경매시장을 주도하는 작가는 작고 작가, 그리고 70~90대의 저명한 원로 작가가 주축을 이룬다. 지속 가능성과 확장성을 위해 허리 세대인 50~60대의 중견 작가군 발굴이 과제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의 2015~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경매시장에서 매년 낙찰 총액이 10억 원에 도달한 50~60대 중견 작가는 오치균이 유일하다. 또 전통 한국화, 서예, 조각, 비디오 시장도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국내 경매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고, 봄·가을에 대규모 부문별 메인 경매를 시행하는 세계 유수의 경매 회사와 달리 소규모로 자주 경매를 열어 근·현대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작가들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경매시장이 호황을 이룰 때 작가와 작품이 다양해졌다. 21세기 세 번째 호황기를 맞은 지금, 많은 컬렉터와 투자자가 수영하는 법을 제대로 배워 미술시장의 바다에 뛰어들었으면 한다.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서진수(강남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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