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노와 만난 이수경의 예술적 힘 - 노블레스닷컴

Latest News

    ISSUE
  • 2022-02-03

발렌티노와 만난 이수경의 예술적 힘

메종 발렌티노의 재해석 파트 두 번째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전시에 참여한 이수경 작가에게 예술의 힘에 대해 듣는다.





발렌티노 2021년 코드 템포럴 오트 쿠튀르 컬렉션 이브닝드레스와 하나의 신을 형성한 이수경 작가의 ‘번역된 도자기’.

동시대적 시각을 담다
메종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촐리(Pierpaolo Piccioli)가 브랜드 코드를 새롭게 정의하는 재해석 파트의 두 번째 프로젝트 전시가 중국 베이징 SKP 사우스(SKP South)의 T-10에서 10월 17일부터 11월 7일까지 열렸다. 이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상하이 당대 예술관에서 열린 재해석 파트의 첫 번째 프로젝트에 이은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전시. 이 전시는 이수경,
닉 나이트, 야코포 베나시, 조엘레 아마로, 차오페이 등 작가 17명의 작품과 옷을 연계해 강력한 내러티브를 전했다. 피에르파올로 피촐리는 온라인 데일리 패션 미디어 WWD의 인터뷰에서 전시명에 담긴 재해석의 의미에 대한 물음에 “저는 패션이야말로 강력한 의사소통의 힘을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그 힘은 동시대성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재해석이야말로 미래를 위해 아주 자연스러운 코드라고 할 수 있죠. 재해석이라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의미입니다. 브랜드에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원천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V 로고와 아틀리에, 스터드로 장식한 발렌티노 기둥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정해진 동선 없이 개방된 구조에서 관람객이 작품과 옷이 어우러진 오트 쿠튀르 컬렉션 신을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공간 곳곳에서 연못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을 이루듯 가상의 파동이 물결치는 듯한 효과가 흘렀다. 빛과 그림자, 어둠이 어울려 시각적 환상과 반영을 보여주는데, 빛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 혹은 공간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했다.
메종 발렌티노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품과 옷의 관계를 표현하는 매개체로 인체와 도시를 차용했다. 상상 속 이미지인 몸은 조각상의 형태 혹은 사진 등으로 표현해 재건과 기록, 과장을 거쳤다. 인간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완벽한 무대인 도시는 질서와 혼돈, 전통과 혁신을 품고 있다. 새로운 코드를 양산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의 역동적인 특성에 주목한 것이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피에르파올로 피촐리가 메이크업을 재해석해 만든 발렌티노 뷰티 컬렉션도 함께 선보였다. 메종 발렌티노의 새로운 시선을 담은 세 번째 동시대적 행보를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한 전시였다.





이수경 작가는 이번 전시에 ‘번역된 도자기’ 3점을 출품했다.

새로운 오트 쿠튀르 신을 형성한 이수경 작가
이수경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올해의 작가상 2012>전, 2017년 ‘비바 아르테 비바’를 주제로 개막한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가했다. 이번에 베이징에서 열린 메종 발렌티노의 재해석 파트 두 번째 프로젝트 전시에는 ‘번역된 도자기’ 3점을 출품, 2021년 코드 템포럴 오트 쿠튀르 컬렉션 이브닝드레스와 하나의
신을 형성해 주목을 끌었다. “팬데믹으로 교류가 어렵던 중국 베이징에서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디렉터 피촐리가 자신의 시각으로 메종 발렌티노의 브랜드 헤리티지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2021년 코드 템포럴 오트 쿠튀르 컬렉션 이브닝드레스를 창조한 것처럼 저 역시 불완전하다 여기는 도자기 파편을 조립하고 금으로 균열의 흔적을 메워 작품으로 새롭게 재창조했으니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섬세한 디테일을 중요시한다는 점도 마찬가지고요.”
이수경 작가는 2001년 처음으로 ‘번역된 도자기’ 작업을 시작했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퍼즐을 맞추듯 고도의 집중력으로 탄생시킨 결과물이다. 무(無)의 상태에서 사고와 노동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을 작가는 ‘자동기술적 작동법’이라고 칭했다. “머리와 몸이 하나 되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번역된 도자기’의 자동기술적 작동법은 제 삶은 물론 예술가로서 제 작업 태도도 변화시켰어요. 어제와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만물을 바라보는 힘을 키울 수 있었죠.”
그녀는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독특한 예술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이어 붙인 ‘번역된 도자기’, 나무 패널에 붉은 안료인 경면주사를 활용해 세필로 작은 점을 찍어서 완성한 ‘불씨’, 철과 유리 같은 재료로 천사, 용, 만화 주인공 등 다양한 상징을 모아 새로운 생명체를 만든 ‘달빛 왕관’ 등의 작품을 보고 누군가는 ‘치유’와 ‘영성’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그녀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일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보내며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에게 무한하고 아름다운 영성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작품에도 가장 귀하고 좋은 것을 담고 싶었어요. 제 생각에 예술은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 질문하고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게 하는 힘을 가진 것 같아요.” 아트선재센터, 가나아트 나인원 전시에 이어 그녀는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내년 6월 19일까지 열리는 전시 <먼길 이야기>에서 드로잉, 조각 등을 선보인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그녀는 “2021년 많은 전시를 하며 기운이 소진된 상태예요. 당분간 공부하며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리려 합니다”라고 말했다. 범람하는 삶의 편린 속에서 어떤 울림과 속삭임이 담긴 이야기의 조각을 발견하게 될지 사뭇 기대된다.

 

에디터 최윤정(프리랜서)
사진 Che(인물)

관련 기사

페이지 처음으로